[기고] 임미화 한국장애인고용공단 충북지사장

얼마 전 넷플릭스가 엔터테인멘트 업계 최초로 다양성 리포트를 발간했다. 젠더, 인종, 민족성, 장애 등 22개 항목의 다양성 지표로 2018년과 2019년 미국에서 공개한 126편의 영화와 180편의 TV 시리즈 작품을 분석해서 발표한 것이다.

그 결과에 따르면 넷플릭스의 다양성은 19개 항목에서 매년 개선되고 있어 유색 인종의 여성 감독, 흑인 배우 비율도 업계를 상회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성 소수자나 장애를 가진 등장 인물이 넷플릭스 오리지널 작품에서 출연 비중을 높이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었다. 앞으로 넷플릭스는 매 2년마다 다양성 조사를 해서 미국 외 전 세계 다른 국가에서도 이런 연구를 확대한다는 비전을 제시하기도 했다.

나스닥도 상장된 기업들이 경영진에게 다양성 관련 통계를 공개하도록 하는 새로운 규정 제정을 준비하고 있다고 한다. 앞으로 나스닥이 제기한 규정이 승인되면 기업들은 1년 안에 업무 수행 결과를 보여주는 다양성 지표(diversity metrics)를 공개해야 한다고 한다.

전 세계가 주목하는 아카데미상도 예외는 아니다. 아카데미 시상식을 주관하는 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가 다양성에 관한 기준 4가지를 신설하면서 그간 주류 영화에서 소외됐던 여성, 소수인종, 성 소수자, 장애인 등을 영화에 비중있게 참여토록 하겠다는 방침을 천명했다. 이러한 기준은 2025년 열리는 시상식부터 적용되어 새로운 기준을 충족시킨 영화만 작품상 후보에 오를 수 있게 된다.

이렇듯 다양성을 수용하고 포용하는 기조는 폭넓게 자리잡아가고 있다. 특히나 주요 선진 기업일수록 앞다투어 모든 형태의 다양성 수용을 조직의 생존, 경쟁력과 직결되는 중요 이슈로 다루고 있다. 다양성을 높여야 기업가치를 높일 수 있다는데는 재론의 여지가 없다. 다양한 사람이 가치가 있다는 것을 전제로 다양한 사람의 다양한 의견이 결국 기업에 도움을 준다는 것이다.

여기에서 필자가 주목하는 것은 이 다양성에 장애 또는 장애인을 포함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제는 장애라는 것이 개인이 갖고 있는 하나의 특성으로 인식되는 다양성의 범주에 놓여지고 있다는 것은 고무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럼 장애인과 함께 일한다는 것은 무엇일까? 다양성이 기업의 주요한 자원이라는 관점에서 본다면 다양한 인력들의 개성과 잠재력을 규합해 시너지를 내는 일의 일환으로 볼 수 있지 않겠는가. 물론 본질적으로 장애라는 특성의 다름 자체를 어떻게 이해하고 그 차이를 조직 내에서 얼마나 잘 포용해 낼 수 있는가가 관건이기는 하지만 말이다.

전례없는 코로나로 다들 힘든 시기다. 장애인도 이 위기의 한파에 예외가 아니다. 특히 중증장애인에게 이 한파는 너무 매섭다. 얼마 전 만난 발달장애인 어머니의 말씀은 허투루 들리지 않았다. 코로나가 사람들로 하여금 만날 사람을 만나지 못하게 하고 모든 것을 제약하는데, 그간 자기네의 삶이 요즘 코로나 팬데믹에서의 삶과 다르지 않았노라고.

임미화 한국장애인고용공단 충북지사장
임미화 한국장애인고용공단 충북지사장

4월은 법에서 정한 장애인고용촉진 강조기간의 달이다. 다름에서 오는 차이를 인식하고 수용하는 것이 다양성 시대에 걸맞는 삶의 시작이다. 요즘 경제 불황과 청년 실업을 타파하고자 하는 청년 창업의 슬로건은 '다름의 확산이 나음의 가치로'다. 장애인들이 당당한 경제 주체로 살아가기 위한 사회적 기치로도 자리매김되기를 기대해 본다.

저작권자 © 중부매일 - 충청권 대표 뉴스 플랫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