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부매일 박건영 기자］ 75세 이상 어르신 백신 접종 첫날인 1일 오전 8시께 예방접종센터인 청주 상당구청 스포츠센터에 대형버스 4대가 들어섰다.

버스에서 내린 어르신들은 목에 '문의면', '남일면' 등 명찰을 걸고 긴장된 모습으로 상당구청 1층으로 향했다.

"백신 접종한다는데 빨리 와서 맞아야지, 아침도 안 먹고 왔어."

문의면에서 온 박모(80) 어르신을 일행을 놓칠까 급하게 대기실로 들어갔다.

상당구청 1층 대기실은 어수선한 모습이었다.

준비한 좌석이 부족해 의자를 갖다놓는 행정요원, 접종에 관해 질문하는 어르신들과 보호자들로 꽉 들어찼다.

접종 시작시간인 9시부터는 어수선함이 혼돈으로 바뀌었다.

접종 대상자로 통보 받지 않고 온 어르신들이 항의하는 모습도 보였다.

접종 대상자가 아니라는 설명에 "오늘부터 75세 이상 접종한다고 해서 왔는데 뭔 소리냐"며 불만의 목소리를 토해냈다.

일부 어르신들은 "우리가 먼저 도착해 기다렸는데 왜 늦게 온 사람을 먼저 들여보내냐"며 안내에 따르지 않고 엘리베이터를 향해 달려들기도 했다.

어수선한 분위기는 행정요원들이 번호표를 통해 한 명씩 입장을 시키고 방문한 순서대로 자리를 안내하며 점차 안정됐다.

처음 도착했을 때 긴장하던 모습과 달리 접종 직전의 어르신들의 표정은 여유로움과 기대감이 느껴졌다.

이태균(81·미원면)씨는 "화이자 백신 아니면 안 맞았어"며 "접종하면 자식·손주들을 보는 데 부담이 줄어들 것 아니야" 고 말했다.

김순월(90·가덕면)씨는 백신 접종 후 하고 싶은 것이 '일'이라고 했다.

코로나19 감염불안으로 그동안 하지 못했던 일을 하고 싶다며 백신접종을 반겼다.

칸막이로 구분돼 있는 접종실에는 의료진과 왼쪽 소매를 올리고 접종을 대기 중인 어르신이 눈에 들어왔다.

의료진은 "오늘 하루 몸이 무거우실 수 있으세요, 이상 징후 느껴지시면 바로 말씀하시고요"라는 안내와 함께 백신 접종했다.

접종을 마친 어르신들은 대기석에서 15분에서 30분 정도 이상반응을 살펴봤다.

이곳에는 이상반응이 있을 경우 바로 조치를 하기 위한 응급구조사가 배치돼 있었다.

25분을 앉아 있다가 자리를 떠나는 어르신들은 다소 가벼운 발걸음으로 타고 왔던 버스로 향했다.

김모(82·미원면) 어르신은 "주삿바늘 넣었나 싶을 정도로 안 아팠다"며 "몇일 지나봐야 알겠지만 지금은 백신 맞기 전이랑 후랑 달라진 건 못 느끼겠다"며 버스에 올라탔다.

이날 접종 비대상자는 꾸준히 찾아오고 있었지만 접종 대상자로 지정된 600명에 포함되지 않은 어르신들은 발길을 돌려야 했다.

상당보건소 김윤정 건강증진과장은 "각 주민센터와 면사무소에서 정해진 인원과 시간대별로 공지를 해드린다" 며 "시간대에 맞춰서 신분증을 갖추고 안내에 따라 진행한다면 원활한 백신접종이 될 수 있을 것"라고 말했다.

청주 예방접종센터(상당구청 스포츠센터)에서 이날 접종된 대상자는 14개 면·동의 75세 이상 총600명으로 오전(9시~12시) 300명, 오후(1시~4시) 300명으로 구분해 진행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