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4일 청주대학교에서 총학생회가 총학 응원 화환을 철거하고 있다. /김명년

학교에 고용된 직원들의 노조가 학교의 주인인 학생들을 고소한 '청주대 사태'가 갈수록 꼬여만 가고 있다. 학생들의 거듭된 요구와 대학당국, 교수, 총동문회 등의 규탄에도 불구하고 청주대노조는 총학생회에 대한 고소를 취하하지 않았다. 학생들이 재물손괴, 노조활동 방해 등의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기에 이르렀다. 총학측에서는 노조퇴진 운동으로 맞서고 있다. 학내 갈등의 전선이 대학당국과 노조에서, 학생과 노조간의 대립으로 옮겨진 셈이다. 학교에서 가장 보호받아야 할 학생이 최대 피해자가 된 순간이다.

지금은 대학내 불협화음을 넘어 지역사회까지 우려할 정도지만 이번 사태의 시작은 지극히 단순하다. 노조측 선전물인 현수막을 총학에서 철거한 것인데 학교 이미지와 면학분위기를 위한 것이라는 게 학생들의 설명이다. '신입생 절벽' 등 대학의 존폐가 걱정되는 누란의 위기속에서 학교의 내일을 고민하고 걱정하는 학생들의 충정(衷情)이 느껴진다. 사실 청주대는 오랜 학내분규로 수년간 교육부 평가에서 불이익을 받은 전력이 있다. 게다가 그 피해가 결국 학생들에게 돌아간 만큼 이들을 탓할 일이 아닌 것이다.

그런데도 노조측은 노동기본권 침해라며 강경한 입장을 취했다. 노사문제를 풀기위해 학생들을 볼모로 잡는다는 비난에도 아랑곳 없이 이를 물고늘어졌다. 문제해결을 위한 협의도 무성의로 일관했다. 여기에 더해 고소취하 거부에 대한 학교 안팎의 비난 여론이 들끓자 피해자인 자신들이 억압받고 있다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 작금의 상황에 대해 자신들은 아무 잘못이 없고 피해자인데도 되레 매도당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헌법'을 들먹이며 권리를 강조하고 가르침이 잘못됐다며 대학교육을 나무라기까지 했다.

이들의 주장을 보니 한마디로 어이가 없다. 학생 행동을 노동권침해로 모는 것부터 다른 속셈이 읽혀진다. 다양한 의견과 주장이 난무하는 지성의 전당에서 자신들의 뜻에 반한다고 법적 대응하는 것은 대학의 존재를 격하시키는 것이다. 누워서 침 뱉는 격이다. 노동권은 사용주인 대학당국과의 협상에서나 쓰는 게 맞다. 학교가 최우선으로 보호해야 할 학생들에게 쓰는 것은 너무 치졸하지 않은가. 성명에서 스스로 밝혔듯이 이들의 상대는 학생이 아닌 학교다. 그렇다면 애먼 학생 대신 대학당국을 마주해야 한다.

고소를 취하할 수 없다며 내세운 여러 이유가 고소의 부당성을 말한다. 떳떳하다면 그리 몸이 달 일이 없다. 대학평가와 무관하다는 주장은 구성원이 아니라는 고백이다. 무엇보다 가관인 것은 지켜줘야 할 학생들에게 피해를 주면서도 아무 잘못이 없다는 변명이다. 우리사회를 구렁텅이로 떨어뜨린 '남 탓'의 전형이다. 대학 직원으로서 학생 보호를 외면하는 게 진짜 직무유기다. '우리는 무엇을 부끄러워해야 하나' 노조 성명서 제목이다. 이들에게 되묻지 않을 수 없다. "그렇다면 청주대 노조는 무엇을 부끄러워해야 하나"

저작권자 © 중부매일 - 충청권 대표 뉴스 플랫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