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칼럼] 안광석 충북도 시인협회장

4월로 접어들었다. 오늘은 한식(寒食), 차례(茶禮)를 하기 위해 고향에 갔다. 한식은 동지(冬至)후 105일이 되는 날로 정해지는데, 5일로 월요일이 되어 온 집안 식구들이 만나기 쉬운 토요일로 받아 지내게 되었다. 그러나 옛적 같이 집안 식구들이 오지 않았다. 실은 몇 해 전부터 아들과 둘이 제례를 하고 성묘를 하고 있다. 이를 현 세태의 현상으로 돌려야 할지….

한식은 조상의 산소를 찾아 제사를 지내고 사초(莎草)를 하는 등 묘를 돌보는 전통 명절이라 할 수 있다. 이는 선조님의 은덕을 기리며, 가내 친척들도 만나 정을 나눌 수 있는 자리이기도 하다. 식목일이 법정 공휴일이었을 때 한식이 식목일과 날짜가 같거나 하루 이틀 정도밖에 차이가 안 나기 때문에 식목일에 한식을 지내기도 했다. 하지만 2006년 식목일이 법정 공휴일에서 제외되면서 이러한 풍속이 많이 사라진 듯하다

한식날을 맞아 산소를 돌보고 추석이나 설과 같이 술, 과일, 포, 떡, 등을 마련해 제사를 지내는데, 이를 절사(節祀)라고 했다. 농가에서는 한해 농사를 시작하는 절기(節氣)로 여겼다.

내 고향은 괴산군 감물면에 있는 이담리(鯉潭里, 잉어수) 마을이다.

마을 옆으로는 남한강 줄기인 목도 강이 흐르고 김별산과 상봉산 정기 아래 넓은 평야가 이루어 진 곳에 위치한 농촌 마을인데도 1960년에 가장 먼저 전기가 들어올 정도로 문화, 교육, 애국 마을로 손꼽혀온 고장이다.고향 마을은 약 500년 전 순흥 안씨(順興 安氏) 선조님이 낙향해서 이곳에 터를 잡아 15대를 이어오고 있다.

생각해보면 내 고향에는 일찍이 서원이 있고 향교가 있으며 교양대학이 있는 마을로 애국심이 강한 전국에서 보기 드문 농촌 마을이다. 역대 대통령 비롯하여 나라를 빛낸 인물의 비석을 세워 놨으며, 영정을 모신 단군성전을 짓고 마을 사람들이 숭배하고 있으며 해마다 개천절 날이면 기념식과 큰 행사를 열고 있는 괴산군내에서 훌륭한 인재를 제일 많이 배출해내는 마을이다.

이곳에서 종가(宗家)집 종손(宗孫)으로서 지내고 있지만, 할아버지, 아버지께서 헌신적으로 해 오신 종사(宗事)에 비하면 나는 20%도 안될 것이다. 더구나 앞으로 자식 세대는 1년에 4번 있는 명절 설과 한식, 추석, 시향(시제)을 제물을 차려 놓고 공손(恭遜)히 지낼 수 있을지 걱정이 이루 말할 수 없다.

세월은 흐르고 흘러, 시대가 바뀌고 문화가 변화하고 있다. 특히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19가 우리들의 생활 형태를 바꿔 놓았다. 종교라든가 특별한 사연으로 조상님에 대한 제사를 못 지낸다 해도 마음만은 부모님에 대한 은혜를 늘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안광석 충북시인협회장<br>
 안광석 충북시인협회장

근래 장례문화가 화장(火葬)이 80%를 웃돈다고 한다. 화장을 한다고 해서 상례를 치르지 않는 것은 아니다. 매장이든 화장이든 간에 효심이 지극한 사람은 올바른 가치관과 휴머니즘을 지녔기에 분명히 사회의 훌륭한 구성원이 되리라 믿는다.

조상숭배의례는 사회조직의 중요한 초점이 되기도 한다. 세상이 각박할지라도 조상님을 섬기는 자세로 제례문화는 유지되어야 하고 이러한 마음을 가진 자들이 많을 때 밝고 건전한 사회가 이룩된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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