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뜨락] 김전원 충북인실련 상임대표

유치원 아이들이 시민공원에서 봄맞이를 하는데 공원 담장 밖에선 정원사가 가로수의 가지치기(剪枝)를 하고 있다. 같이 가던 아이가 선생님께 물어볼 것이 있다며 묻는다.

'선생님, 그런데 저 아저씨는 왜 나무 가지를 잘라요?/ 나무가 너무 크면 그 옆에 있는 집이나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불편을 주니까 키가 안 크도록 자르는 거야./ 그런데, 무슨 불편을 주나요?/ 나무가 너무 크면 그 옆에 있는 집은 어둡고, 가게 간판이나 도로 안내판이 잘 안 보이고, 바람에 나무가 쓰러지면 전선이 끊어지거나 집이 무너질 수도 있고, 지붕으로 떨어진 낙엽이 쌓여 썩으면 지붕이 샐 수도 있으니까 자르는 거야.'

'그러면 키도 안 크고, 불편도 안 주는 나무를 심으면 되잖아요?/ 그런 나무를 심으려면 화단을 따로 만들어야 하는데, 그러면 사람들이 다니는 길이 좁아지니까 못하는 거야./ 그런데, 나무를 안 심으면 안 되나요? 저렇게 자르면 나무가 많이 아플 텐데.'

아이는 꾸밈없는 천진한 생각을 그대로 말한다. 참 깨끗하고 신통하고 기특하고 기발하고 재미도 있다. 아무것도 모르는 철부지들의 부질없는 생각이라기엔 너무도 어른스럽다.

다른 아이도 질문을 한다. '선생님, 그런데, 저런 나무들은 왜 심었나요? 누가 심었나요?/ 우리가 사는 도시를 아름답게 가꾸려고 시청에서 심은 거야./ 그런데, 도시는 나무 잎만 있어도 아름다운 건가요?/ 여러 가지 색깔의 나무 잎이 많아서 아름다운거야./ 그런데, 날씨가 추우면 잎이 다 떨어지잖아요?/ 지금같이 봄이 오면 나무 잎이 또 나오는 거야. / 그런데, 추운 날에도 잎이 많은 나무는 없나요?/ 소나무나 사철나무 같은 상록수가 있어요.'

또 다른 아이도 이상한 것들을 감추지 않고 묻는다. '그런데, 나무들이 왜 저렇게 시커먼가요?/ 자동차들이 내뿜는 가스를 오랫동안 마셔서 그런 거야./ 그럼, 사람도 자동차 가스를 많이 마시면 저렇게 되나요?/ 그래 맞아. 사람 대신 가스를 빨아들이라고 나무를 심은 거야/ 그럼, 나무들이 사람 대신 죽는 건가요?/ 죽는 것이 아니고, 나무는 낮에 햇빛이 나면 자동차 가스 같은 탄소와 물을 마셔야 살 수 있어서 차들이 다니는 길가에 나무를 심는 거야./ 그럼, 가지를 안 자르고 잎이 많으면 사람들에게는 더 좋겠네요? 나무도 안 아프고./ 아, 그렇겠구나.'

이런 것도 묻는다. '선생님, 나무는 저렇게 가지를 막 잘라도 안 아픈가요?/ 많이 아프겠지. 아마 자기들을 잘 키워준 사람들을 위해서 좋은 일을 하는 거니까 아파도 참는 거 아닐까?/ 아픈데도 병원에 안 가고, 저 어른 나무들이 참 착하네요, 선생님./ 그러니까 여러분도 나무를 함부로 꺾으면 안 되겠지요?/ 네./ 오늘부터 나무도 많이 사랑해주세요?/ 네!'

김전원 충북인실련 상임대표
김전원 충북인실련 상임대표

어린 아이들의 생각이 어른들을 놀라게 한다. 어른들이라고 이런 생각을 못했을까? 수요자의 욕구만 생각하고 그 입맛을 맞추느라 공급자의 어려운 상황은 까마득하게 잊어버리니 자연의 조화에도 미치지 못하는 인간이 어찌 만물의 영장이랄 수 있을까. 어린이는 어른의 아버지라는 시구(詩句)의 증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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