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칼럼] 노근호 충북과학기술혁신원장

통계청이 발표한 '2월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전산업 생산은 전월 대비 2.1% 증가, 전년 동월 대비 0.4% 증가했다. 광공업생산은 전월 대비 4.3% 늘었다. 한국은행의 발표 자료에는 3월 제조업 및 비제조업 업황 기업경기실사지수(BSI)가 각각 89와 77로 전월에 비해 7p, 5p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제심리지수(ESI)는 101.3으로 전월 대비 4.7p 높아졌다.

수치상으로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경제적 상처가 봉합되는 느낌이다. 하지만 긴장을 풀기에는 아직 이르다. 회복 양상이 일부에 집중되면서 불균형이 심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오늘날 우리 사회를 관통하는 키워드는 '불평등'과 '양극화'다. 경제지표 내에서 확인되는 부문별?업종별 양극화, 수출과 내수의 양극화, 구직난과 구인난의 고용 양극화, 디지털과 아날로그의 양극화 등 코로나19 여파가 전 분야를 혼돈으로 내몰고 있다.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의 '2021년 글로벌 리스크 보고서'에서는 코로나19가 인적?경제적으로 막대한 비용을 초래했고 빈곤과 불평등을 줄이기 위한 수년간의 노력을 후퇴시켰다고 언급했다. 다보스포럼은 '위대한 복귀(The Great Reset)'를 핵심의제로 설정하고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새로운 글로벌 협력 모델을 공유할 계획이다.

이 시점에서 우리나라의 최대 난제인 수도권과 비수도권 간 양극화 문제를 재정립하고 과감한 해법을 찾아야 한다. 아직도 인구, 자본, 일자리, 사회서비스가 수도권으로 빨려드는 현상은 완화되지 않고 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양극화 해소를 위해서 거대 담론으로 접근하는 사회문제 해결방식은 지양돼야 한다. 추상적인 이론 영역에서 실용적?미시적으로 바뀌어야 한다. 그런 차원에서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취임을 앞둔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대한상의 내 지역경제팀을 만들어 지역 간 양극화 문제 해결에 힘쓰겠다고 밝힌 것은 대단히 긍정적이다.

4차 산업혁명 기술의 발달과 코로나19로 가속화되는 원격 및 재택근무 활성화, 타인에게 휘둘리지 않는 자신만의 라이프스타일을 중시하는 가치관 확산 등은 지역사회에 신선한 변화를 가져다줄 전망이다.

오랫동안 물질주의가 만연했던 우리나라에 탈(脫)물질주의를 수용한 밀레니얼 세대가 본격적으로 사회에 진출하면서 그 경향이 확산하고 있다. 뉴노멀 시대에 삶의 질, 개방성, 도시 문화를 즐기는 선진국형 트렌드가 주목받고 있는데 바로 '로컬 지향'이다.

연세대 모종린 교수는 저서 '머물고 싶은 동네가 뜬다'에서 로컬 비즈니스 성공 모델을 3가지로 정리했다. 첫 번째는 앵커스토어 비즈니스다. 앵커스토어는 혁신성, 지역성, 문화성을 바탕으로 그 지역의 랜드마크가 되는 것을 추구한다. 두 번째는 라이프스타일 비즈니스다. 단순한 '물건'이 아니라 라이프스타일을 팔아야 한다. 세 번째는 인프라 비즈니스다. 특정 공간에 얽매이지 않고 미디어, 유통, 이커머스 등 로컬 크리에이터들에게 인프라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식이다. 3가지 비즈니스 모델의 경쟁력은 지역성과 콘텐츠다.

충북의 경우 캐나다의 저명한 도시학자 리처드 플로리다(Richard Florida)가 핵심 자원으로 강조했던 '창조 계급' 측면에서 매우 양호하다. 서울연구원 자료에는 2010~2017년 동안 충북 창조계층 인력의 연평균 증가율이 전국 평균 1.6%의 두 배에 이르는 3.2%로 나타났다.

노근호 청주대학교 산학취창업본부장
노근호 충북과학기술혁신원장

그간 국가산업 유치를 위해 지역들이 치열하게 경쟁했던 수도권 중심의 산업사회 틀에서 벗어나 지역의 '킬러 아이템'을 개발하고 지역 내에서 선순환하도록 하는 '스몰 비즈니스', '마이크로 타운' 구축 전략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 로컬 지향은 글로벌 현상이다. 다양성과 창의성을 시대정신으로 받아들이는 밀레니얼과 Z세대의 등장은 로컬의 미래를 밝게 한다. 지방의 지속 가능한 내일을 열어갈 대전환의 기회를 잡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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