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유창림 천안주재 부장

[중부매일 유창림 기자]김우남 한국마사회장의 폭언과 갑질이 그가 속해있는 조직을 넘어 많은 사람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 용기 있는 내부고발자의 결단이 없었다면 그의 폭언은 지금도 이어지고 있을지 모를 일이다.

천안시 공무원들도 일부 시의원들의 폭언에 괴로워하고 있다. 나이가 어리다고 무조건 하대하는 것도 문제지만 일부 시의원들은 손위가 분명한데도 나이를 무시한 반말에 부당한 지시로 공무원들을 괴롭힌다.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시정질문과 행정사무감사, 예산 삭감 등을 들먹이기까지 한다. 그들은 말끝마다 시민의 대표라는 수식어를 단다.

반말과 폭언을 듣는 공무원들은 시의원의 절대 권력 앞에 작아질 수 밖에 없다. 이런저런 이유를 들어 예산이라도 삭감되면 자칫 무능이라는 평가로 이어져 불이익을 받을까 용기 있는 내부고발도 하지 못한다.

2014년 천안시공무원노조는 직원들을 상대로 천안시의회에 바라는 점을 설문조사한 바 있다. 첫 번째 대답이 '공무원의 인격존중'이었다. 공무원들은 시의회의 고압적 자세와 안하무인격 태도, 전문위원에 대한 군림, 불필요한 자료나 개인정보 등 무리한 정보공개요구 등을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시간이 흐르고 시의원 상당수가 교체됐지만 7년 전 설문조사 결과가 지금도 유효한 상황이라는 사실이 허탈하다.

유창림 부장·천안주재
유창림 부장·천안주재

시민의 대표 기관이라고 해서 공무원들의 인격을 무시할 수 있는 권리는 없다. 고압적 자세를 취한다고 해서 시의원의 역량이 높아지는 것도 아니다. 그냥 '딱 그 수준'이라는 인격적 평가가 뒤따를 뿐이다. 견딜 수 없는 인격적 모욕이 이어진다면 한국마사회 직원과 같은 용기 있는 공무원이 나올지도 모를 일이다. 그런 상황이 오기전에 천안시의회 스스로 바뀌어야 한다. 일이 터진 뒤에 하는 후회는 아무리 빨라도 늦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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