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지난 4·7 재보궐선거에서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참패한 직접적인 최대 이유는 부동산정책 실패였다. 특히 수년째 이어진 서울시 아파트 값 폭등을 잠재우기 위해 여러 대책이 거론됐지만 무위에 그쳤다. 당시 논의된 대책중에 육군사관학교 이전이 포함됐다. 서울 노원구 213만㎡의 부지를 차지한 육사는 초급 육군장교를 양성하는 기관으로 지어진지 75년이나 됐다. 택지개발이 아니더라도 건물 노후화와 도심에 걸맞지 않는 시설 등 이전의 당위성은 높다. 일단 잠잠해졌지만 조만간 본격 추진이 예상되는 사업이다.

수면아래로 가라앉았던 육사이전 문제가 최근 다시 주목을 받게 된 것은 전국 곳곳에서 유치 운동이 벌어지면서다. 일부 지자체는 대선공약 운운하며 도전을 공식선언하기도 했다. 현재 육사에 눈독을 들이는 지자체는 6~7곳에 이른다. 이들 모두 나름대로 명분과 논리를 내세우고 있다. 화랑의 본향이라는 경북 경주나 상무대, 제3사관학교와 연계를 주장하는 전남 장성, 경북 상주 등이 그렇다. 여기에 휴전선과의 접경을 강조하는 경기도, 강원도는 아예 여러 지자체를 복수의 후보지로 내놓을 정도로 치열하다.

뚜껑은커녕 포장도 안풀었는데 군침 삼키는 소리가 요란한 육사유치 경쟁에 충남 논산시가 작정하고 뛰어들었다. 추진위 출범식을 갖고 유치를 공개적으로 천명했다. 자문단 등 내부에서 벗어나 조직적인 활동에 본격적으로 나설 것임을 알렸다. 이처럼 논산시가 적극 행보를 펴는 것은 그만큼 경쟁 분위기가 뜨겁기 때문이다. 객관적인 경쟁력에서 다른 지역에 앞서는 논산으로서는 초반부터 우위를 점해야만 한다. 정치적 입김 등으로 인해 결과가 뒤바뀌는 경우를 수없이 봐왔던 터라 선점의 필요성은 더욱 크다.

논산시 등이 서울의 육사이전을 요구하는 가장 큰 까닭은 국가균형발전이다. 비록 주택공급 방안으로 새삼 주목을 받았지만 육사의 비수도권 이전은 오래된 이슈다. 지방소멸의 위기 속에서 더 이상 미뤄서도 안된다. 각 지자체들이 사활을 거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따라서 이전 효과가 가장 뛰어난 곳을 선택해야 탈(脫)서울의 확실한 근거가 된다. 수도권 초집중화가 국가적 문제들의 원인인만큼 답은 이미 나온 셈이다. 육사 논산유치에 충남뿐 아니라 충청권 전체가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 역시 여기에 있다.

게다가 논산시로의 육사이전을 뒷받침할 만한 여건이 여럿이다. 3군본부, 육군훈련소, 국방대 등의 시설이 지근거리에 있다. 계룡과 논산은 이미 군 요충지로 자리를 잡은 지 오래다. 국토의 중심으로 철도·도로 등 접근성도 뛰어나다. 국방과학연구소, 항공우주연구원 등 국방관련 산학연 30여곳도 인접해 있다. 다른 경쟁지역과는 규모나 수준에서 큰 차이를 보인다. 논산시의 육사유치를 위해 힘을 모으는데 충청권 전체가 나서야 한다. 이제 한배를 탄 것이나 다름없는 만큼 충청권이 균형발전의 모범사례를 만들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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