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칼럼] 안창호 충북스타트업협회 의장

사람이 태어나서 성장하고 생을 마감하는 것처럼, 제품이나 기업도 사람과 마찬가지로 '생애주기(Life Cycle)'가 있다.

기업은 탄생 이후 도입기를 시작으로 성장기, 성숙기를 지나 쇠퇴기를 맞이하게 된다. 일부 기업은 새로운 무기를 경쟁력으로 '제2의 도약'을 하지만 상당수의 기업은 최후 운명, 즉 '폐업(廢業)'에 직면하게 된다.

최근 들어 기업의 수명은 점점 짧아지고 있다. 1930년대만 해도 평균 수명은 90년 정도였다. 1970년대 들어서면서 30년으로 급격히 줄어들기 시작해 1990년대는 20년, 급기야 2020년에는 평균 15년에도 못 미치고 있다.

기업의 수명이 점차 줄어들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여러 요인이 있지만, 기업을 둘러싼 '외부환경'의 변화에 대응하는 '선택과 실행'이 운명을 좌우한다. 미디어산업의 경우 과거 종이신문에서 텔레비전으로 이후 컴퓨터 거쳐 스마트폰으로 진화 하면서 기업의 흥망성쇠(興亡盛衰)를 우리는 목격하고 있다.

기술의 진보 이외에도 'COVID-19'와 같은 질병 또한 기업의 운명을 바꿔놓았다. 위기에 직면한 기업이 있는 반면, 기회가 된 기업은 지금 이 순간에도 매출과 고용이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OTT 서비스, 화상회의 시스템, 배달, 구독 경제 등으로 대표되는 기업들은 승승장구(乘勝長驅)하며 기존 기업을 위협하고 있다. 그렇다면 시대가 바뀌었으니 전통산업은, 사양산업의 기업은, 그냥 고사(枯死) 해도 된다는 것인가?

아마존 이펙트(Amazon effect)라는 말이 있다.

글로벌 유통기업인 아마존. 이 기업이 사업영역을 확장하면서, "아마존이 진출한다!"라는 소식만 들려도 해당 산업을 주도하는 기업들의 주가가 곤두박질치는 현상이다. 하지만 아마존의 공습 속에서도 월마트는 자신만의 강점을 차별화하며 성장하고 있다.

이처럼 사양산업처럼 보이는 시장에서도 많은 기업들의 반격은 시작되고 있다. 특히 최근'코워킹 스페이스' 업태의 ▲시장 진입(market entry), ▲확장(Scale-up) 전략은 사양산업에 속한 많은 기업에게도 시사점을 주고 있다.

전통적인 코워킹 스페이스(co-working space)는 여러 분야의 사람들이 한군데 모여서 함께 일하는 공간을 의미했다. 단순히 큰 공간을 임대해 작은 단위로 쪼개서, 재 임대를 하는 부동산 사업모델과 별다른 차별화를 이뤄내지 못했다.

아마존의 폭격 속에서도 굳건하게 성장 중인 월마트처럼, 코워킹 스페이스 시장에서도 3가지 방안이 주목을 받고 있다.

첫 번째로 "자기 가치에 대한 집착"이다. 자기집착은 실패가 두려워 방어기제를 보이는 것과는 다르다. 고객에게 선보일 제품 및 서비스의 품질력에 대한 확신을 의미한다. 자기집착은 마이크로소프트나 애플처럼 시장 내 경쟁자가 적고 이를 선도하는 기업들에게서 흔히 볼 수 있다.

두 번째는 "고객 이익의 집착"이다.

직, 간접적인 경쟁자 그리고 언제든지 시장진입을 노리고 있는 잠재적인 경쟁자와 대체하려는 기업들에게 관심을 두지 않는다. 경쟁 우위를 점하려는 조사, 분석, 실행에 힘쓸 시간에 '오로지 고객 이익'에만 집중한다. 고객 집착은 세계 부호 1위 아마존의 제프 베조스의 경영철학이기도 하다.

마지막으로 "혁신 집착"이다.

제품 및 서비스에 대한 확신, 이를 무기로 '고객 이익'에 대한 끊임없는 집착은 이제 공격적인 실행력으로 시장을 혁신한다. 초일류 기업, 대기업과 경쟁에서 이길 수 있는 작은 기업의 유일한 전략은 실행력이다. 거대한 자본과 훌륭한 인적자원들이 모여 있고, 기술에 대한 복제가 언제든지 생겨날 수 있는 시장에서 '빠른 속도의 실천'은 많은 것을 시사한다. 이는 뉴욕증시에 상장한 쿠팡을 통해, 로켓배송이라는 새로운 '고객 경험'이 보여준 혁신이 이를 증명한다.

이상 3가지 핵심전략을 한마디로 정리하면 "집착경영"으로 귀결된다. 필자 또한 집착이 매우 강한 사람이다. 흔히 우리가 집착(執着)을 떠올렸을 때 가장먼저 생각나는 것은 '특정한 사람이나 사물 혹은 가치관에 마음이 쏠려, 잊지 못하고 매달리는 것'을 떠올리기 마련이다.

안창호 충북스타트업협회 의장
안창호 충북스타트업협회 의장

하지만 스타트업을 평가하고, 투자하는 필자의 생각은 조금 다르다. 그 사람이 가지고 있는 사고와 행동이 무엇이고, 그 행동을 통해 본인은 어떻게 성장하고 있는지, 나아가서는 그가 속한 조직이나 세상에는 어떤 의미가 있는지에 대한 집념의 또 다른 의미라고 생각한다.

지금 이 순간에도 사양산업 내 많은 기업들이 공포에 떨고 있다. 그리고 흔들리고 있다. 이들 기업이 집착해야 할 것은 더 이상 생존, 지속가능한 기업이 아니다. 이제 그만 흔들리고 한 발짝이라도 나아갈 수 있는 집착, 집념일 것이다.

저작권자 © 중부매일 - 충청권 대표 뉴스 플랫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