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박광석 기상청장

15세기 조선시대, 우리나라는 500m를 날아갈 수 있는 초대형 화약로켓 '신기전(神機箭, 귀신같은 기계 화살)'을 만들었다. 신기전은 우리나라 최초의 화약 로켓이었다. 이처럼 우리나라 로켓개발의 역사는 일찍이 시작했지만, 1990년대에 들어와서야 현대적인 개념의 위성과 로켓개발이 시작되었다.

우리나라 최초의 인공위성은 1992년에 발사한 '우리별 1호'로, 이는 첨단 과학기술 분야의 무한한 가능성을 보여준 획기적인 사건이었다. 그 이후 정부 기관에서는 각 분야 업무를 특화할 수 있는 위성개발에 주력하기 시작했다. 기상청 역시 다양한 기상 현상을 신속하게 탐지하고 정보를 제공해 주는 위성을 개발하고 활용하기 위해 전력을 다하였다.

기상예보를 위해서는 한반도 주변을 집중적으로 관측할 수 있는 위성자료가 필수적인 상황이었다. 그러나 우리 위성이 없었던 그 당시에는 미국·일본 등의 위성자료를 전송받아 예보에 활용했기에, 우리에게 꼭 필요한 위성관측자료를 확보하기가 쉽지 않았다. 특히, 태풍·집중호우 등 위험기상이 발생할 경우, 위성을 통해 한반도 주변을 집중적으로 관측한 정보가 없어 실황을 파악하는 데 어려움이 많았다. 이러한 어려움으로 인해 자체적인 위성이 무엇보다 간절한 상황이었다. 이를 해결하고자 우리의 위성을 갖기 위해 노력한 결과, 2010년 6월, 우리나라 최초의 정지궤도 기상위성 천리안위성 1호를 성공적으로 발사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이듬해 4월부터 위성자료를 국내외 지역으로 서비스하기 시작했다. 독자적인 기상위성을 확보했다는 것은 우리의 위성개발과 활용 능력이 발전했음을 의미하는 것이며, 이는 전 세계에 우리나라의 위상을 높이는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다.

지난 10여 년 동안 기상청은 천리안위성 1호에 이어 천리안위성 2A호를 발사하여 안정적으로 운영하고 있으며, 예보·기후·수문·방재 등에 이르기까지 위성자료의 활용 분야는 나날이 늘어나고 있다. 천리안위성 2A호의 고해상도 관측자료를 국내를 비롯한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사용자에게 제공함으로써 기상위성선진국으로서 당당히 세계 강국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특히, 세계 수준의 기상 센서를 탑재한 천리안위성 2A호는 한반도 주변을 2분마다 관측하여 태풍·집중호우·대설 등 위험기상을 신속히 탐지하고 정확한 분석정보를 제공하기 때문에 예보지원과 재해대응 의사결정에 유용하게 활용된다. 최근에는 인공지능(AI) 기법을 활용하여 야간에도 선명한 태풍·안개·구름 등의 천리안위성 2A호 영상을 서비스하고 있다. 이로써 밤낮 구분 없이 위험기상이나 재해 감시 능력이 더욱 향상되어 국민의 생명보호와 재산피해 저감에 이바지하게 될 것이다.

아울러, 미국·유럽 등의 다양한 위성자료와 천리안 위성자료를 활용하여 한반도의 기후변화 원인을 분석하고 감시하는 체계를 마련하고 있다. 북극 해빙 면적과 거칠기 변화 정보, 해빙전망 정보는 물론, 해수면이나 지표면을 정밀하게 관측한 위성정보를 제공해 급변하는 기후 대응에 실질적인 도움을 주고자 한다.

이와 함께 기상청은 천리안위성 2A호와 정지궤도 환경해양위성인 천리안위성 2B호를 융합하여 다양한 대기 정보, 해양, 기상·기후 정보를 국민에게 제공하기 위한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앞으로 이산화질소· 이산화황 등의 대기오염물질 생성과 이동, 미세먼지와 같은 에어로졸 정보를 제공하게 될 천리안위성 2B호의 활약과 천리안위성 2A호와의 상호 협력이 만들어 낼 성과에 기대가 크다.

이처럼 위성자료의 활용이 증대될수록 사용자들의 다양한 수요를 고려한 새로운 위성개발의 필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이에 기상청은 국내 독자 기술력으로 저궤도위성에 탑재하여 더욱 정밀한 기상과 기후정보를 관측할 수 있는 기상 센서를 개발 예정이며, 천리안위성 2A호의 기상관측 임무 연속성을 확보하기 위한 후속 정지궤도 기상위성 개발과 활용 연구도 준비하고 있다.

박광석 기상청장
박광석 기상청장

하늘에서 이로움과 안전함을 가져다주겠다는 천리안(天利安)의 확고한 신념은 앞으로 개발될 다양한 위성의 좋은 본보기이며, 위성 활용과 기술 연구 분야 발전에 훌륭한 자양분이 될 것이다. 기상청은 저 하늘의 많은 인공위성 중에서 '천리안'이 국민의 안전과 행복을 지키는 영원한 파수꾼으로 남을 수 있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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