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지저고리입고 모 심으면 '농가' 한가락 고단함 녹이네

[중부매일 유창림 기자]비탈진 산골짜기에 위치한 좁고 작은 논다랑이에서 농부는 소의 고삐를 바투 잡고 소는 쟁기를 끈다. 아낙들은 농부들을 위해 새참을 내오고 농부들은 연실 농요(農謠)를 흥얼거린다.

전통 논농사 전 과정을 사진과 영상으로 기록해 문화자원으로 보존하는 사업이 충남 예산군에서 진행되고 있다. 단순한 농법만이 아니다. 농사에 필요한 전통 농기구, 논일을 하는 황소, 구전으로 전해지는 농요, 지금은 찾아볼 수 없는 두레싸움 등 민속놀이까지 전통 논농사 과정에서 이뤄졌던 모든 행위가 하나의 문화로 보존된다. 편집자주

예산군에서 활동하는 예산농악보존회는 도·농 전통농업체험 사업인 '예농천하(禮農天下)' 를 추진하고 있다. 예농천하사업은 기계화로 1970년대 이후 사라진 전통 농업을 보존하기 위해 논농사의 전 과정을 전통방법으로 재현하고 기록하는 사업이다.

예산농악보전회는 12개의 예산군 농악단체로 구성돼 있다. 예산농악보전회는 농경사회였던 예산의 풍물을 지키고, 풍물의 근간이 됐던 전통농업을 복윈하고자 예농천하를 기획하게 됐다.

예산농악보전회는 금곡리에서 지난 3월 18일 첫 일정으로 논두렁 보수와 논두렁에 말뚝을 박는 매겡이질, 논까지 일일이 지게로 거름을 날라 오는 두엄내기를 전통 방식으로 재현했다.

또 지난 22일에는 논두렁앙구기, 뒷두렁가래질, 못자리 갈이 등이 재현됐다. 태어나 한 번도 쟁기를 끌어보지 않았던 두 살배기 암소도 가래질이 생경한 듯 멈춰 서서 꾀도 부리지만 본인이 논농사 복원사업의 중요 일원인줄 아는지 무사히 쟁기질을 마쳤다.

"어허리 넝청 가래 허(후렴 어허리 넝청 가래 호)/산수갑산 가시남구(후렴)/바람 불구 봄이나 오는디(후렴)/가래질이나 허여를 보세(후렴)/논배미 마다 물가두고(후렴)/여름 농사를 지어보세(후렴)/오목 가래를 달어놓고(후렴)…"

소창으로 만든 바지저고리를 입은 농부들은 덕산에서 구전되는 가래질 소리로 농사의 고단함을 달래기도 했다.

황소는 함동식 회원이, 전통 농기구는 고정욱 회원이 지원했다.

예산농악보존회는 모내기, 논매기, 피사리, 논두렁 깎기, 벼베기, 탈곡 등 논농사의 전 과정을 오는 10월까지 전통방식으로 지속 추진할 예정이다.

이 과정에서 모내기 축제, 칠석 풍장마당, 벼베기와 탈곡 축제 등으로 일반인들이 전통농사를 체험할 수 있는 기회도 제공한다. 예산전통농업 생산재현의 모든 과정은 사진 및 영상으로 기록되며, 유튜브 채널에도 게시될 예정이다.

예산농악보존회는 이 같은 전통 논농사 재현이 의좋은 형제의 고장 예산군의 새로운 관광자원으로 육성되길 희망한다.

올해는 김기영 충남도의원(예산2, 국민의힘)의 지원으로 '예농천하'를 진행할 수 있었지만 지속사업이 될 수 있을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예산농악보존회 구락서 대표는 "반응이 없으면 일회성 사업으로 끝날 수도 있다"면서 "농촌부흥운동을 펼쳤던 윤봉길 의사의 정신과도 통하는 만큼 예농천하가 향토문화재로 지정돼 예산군의 뿌리를 찾고 계승하는 작업이 지속됐으면 한다"고 전했다.

예산농악보존회는 향토문화재 지정을 위해 한국민속예술제 충남 대표로 참가한다는 목표도 세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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