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과수화상병이 발생한 제천 백운면의 한 과수원에서 뿌리째 캐낸 과수나무들을 땅에 매몰하는 방제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충북도 제공<br>

지난해 사상초유의 코로나19로 온 국민이 신음하는 가운데 우리 땅의 과수(果樹)들은 화상병 때문에 큰 위기를 맞았다. 국내 과일을 대표하는 사과, 배 등의 과일나무가 말라죽는 이병은 예방약도 치료제도 없는 과수나무로서는 '죽음의 병'이다. 2015년 국내에서 처음 발생한 뒤 연구가 거듭되고 있지만 뾰족한 수를 찾지 못하고 있다. 감염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해 주변의 과수들까지 매몰처리하는 것이 현재로서는 유일한 대책이다. 이처럼 심각한 병이 올해에도 또 발생했는데 그 시기가 예년보다 빨라 걱정스럽다.

과수화상병으로 인한 피해가 가장 큰 사과의 경우 충주가 주산지인 충북의 주요 과일이다. 이런 충주에서 과수화상병 발생이 확인된게 벌써 열흘전이다. 확인시점으로 보면 지난해에 비해 한달 가까이 빠르다. 화상병 예방을 위한 예찰을 서둘러 강화한 덕분에 발견했지만 들쭉날쭉 이상고온도 한몫한 듯 하다. 해충과 감염병에 의한 과수피해는 고온현상과 직접적인 관계가 있다. 유난히 빨랐던 올 봄은 예고편이었다. 이미 일부 해충에 대한 방제가 시작돼 마무리에 이를 정도로 올해는 이들의 활동 조짐이 빨라졌다.

충주가 과수화상병의 단골 피해지역이 된 것은 지난 2018년부터다. 이후 가장 피해가 막심했던 지난해까지 매년 발생하면서 전국적인 주목을 받게 됐다. 올해 그 어느 곳보다도 먼저 정밀예찰을 실시하고 지역내 모든 사과·배 과수농가를 대상으로 전수검사를 추진하는 것도 이런 이유다. 의심증상 발견시 즉각적인 조치와 함께 예찰·예방에 만전을 기하는 것이 현재로서는 최선의 방역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해를 거듭하면서 발생지역 분포가 점점 넓어지고 있다는 점도 사전방제의 중요성을 부각시키고 있다.

지금까지 과수화상병과 관련해 알려진 것이라고는 겨울철 궤양증상을 보인 과수로부터 수분과정을 통해 주로 확산된다는 정도다. 인접지역이 아닌 곳으로 전파는 사람과 장비에서 기인하는 것이라는 최근 조사결과도 나왔다. 발생경로에 따라 농장상황에 맞춘 방제를 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농가에 상당한 도움이 될 듯 싶다. 선제적 대응이 가능해졌다는 점에서 방제활동을 서두를 수 있게 됐다. 남은 것은 실천이다. 빠르고 꼼꼼한 예찰이 지금으로서는 최선이다. 당장 빨라진 계절보다 더 빠른 대응이 요구된다.

지난해 충북의 과수화상병 뒤치다꺼리는 연말을 넘길 정도로 오래 걸렸다. 피해농가도 500곳이 넘었다. 이같은 상황만으로도 방제에 대한 경각심을 높일 이유는 충분하다. 그나마 화상병 발생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5월 이전에 사전예찰을 통해 방제가 이뤄졌다는 사실이 다행스럽다. 과수농가들로서는 부담스럽겠지만 이러한 성과는 더 빠르고 부지런한 손길을 요구한다. 올해 농사도 그렇지만 장기적으로 사전봉쇄만이 살 길이다. 어느 한곳이라도 빈틈이 있어서는 안된다. 모두의 생존을 위한 공동의 선택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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