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봉에 시달리는 '우리의 자화상'… "투잡, 선택 아닌 필수"

지난달부터 공유형 전동킥보드 회수·배터리교체 등을 하는 투잡을 뛰고 있는 심우형씨는 29일 오전 7시께 청주 시내 방치된 전동 킥보드를 수거하고 있다. /박건영
지난달부터 공유형 전동킥보드 회수·배터리교체 등을 하는 투잡을 뛰고 있는 심우형씨는 29일 오전 7시께 청주 시내 방치된 전동 킥보드를 수거하고 있다. /박건영

[중부매일 박건영 기자] "일 하나만으로 미래가 보장되지 않잖아요?"

최근 퇴근·주말 여가시간 등을 반납하고 최소 2개 이상의 직업을 가지는 N잡족이 늘고 있다.

이들은 부동산 가격의 폭등과 코로나 팬데믹의 장기화 등에 따라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면서 직장 근무시간과 겹치지 않는 부업으로 눈길을 돌리고 있다.

심우형(26·흥덕구)씨도 지난달부터 공유형 전동킥보드의 관리를 부업으로 시작했다. 물류회사에 재직중인 그는 출근시간이 한참 남았지만 매일 오전 3시부터 어김없이 청주시내의 어두운 밤거리를 차량으로 왕복한다.

시민들이 사용한 뒤 사용권역 외에 방치한 공유형 전동킥보드를 회수하는 것은 물론 배터리를 교체하고 재배치를 마치면 오전 7시께 업무가 끝난다.

비가 오거나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 출근 도장을 찍고 있으며 하루 5만원 정도의 일당을 손에 쥐고있다.

심씨는 "본업 수입만으로는 내 집 마련은커녕 하고 싶은 것도 못한다는것을 알았다"며 "건강 보조제 7종을 챙겨먹는 등 몸은 말도 안될 정도로 나빠졌지만 또 다른 부업을 염두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부터 공유형 전동킥보드 회수·배터리교체 등을 하는 투잡을 뛰고 있는 심우형씨는 29일 오전 7시께 청주 시내 방치된 전동 킥보드를 수거하고 있다. /박건영
지난달부터 공유형 전동킥보드 회수·배터리교체 등을 하는 투잡을 뛰고 있는 심우형씨는 29일 오전 7시께 청주 시내 방치된 전동 킥보드를 수거하고 있다. /박건영

대학생 이정우(25·흥덕구)씨는 생활비와 월세 등 고정지출을 감당하기 어려워 아르바이트를 4개까지 늘렸다.

그는 오후 5시 편의점을 시작으로 치킨집, 술집까지 일을 마치고 나오면 다음날 오전 5시를 훌쩍 넘긴다. 주말에도 웨딩홀 아르바이트를 하며 쉬는 날이 손에 꼽힌다.

이씨는 "요즘 풀타임 아르바이트를 구하기는 하늘의 별 따기"라며 "20대의 개인적인 시간을 보내지 못하는 것이 아쉽지만 최근 대부분의 청년들이 N잡에 뛰어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4년째 교제한 여자친구와의 결혼을 앞두고 있는 원모(29·청원구)씨 역시 결혼식 비용, 내 집 마련을 위해 주말 휴무를 반납했다.

현재 부동산 업계에서 근무하고 있는 원씨는 주말 오전 8시면 또 다른 회사로 출근한다. 그는 작은 가구부터 소형 싱크대 등을 제작하는 소규모 제조업체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일당 10만원을 받고 있다.

원씨는 "현재 본업은 직업 특성상 연봉 변동이 쉽지 않는 등 미래가 불안정 하다"며 "추가 수입을 올리기 위해선 투잡은 선택이 아닌 필수 였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부업을 하면서 얕은 상처와 타박상이 생기고 휴식을 취하지 못해 건강도 악화됐으나 이는 미래를 위한 댓가"라고 덧붙였다.

한편 잡코리아가 지난해 10월 직장인 642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84.1%가 투잡 의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20대는 전 연령대에서 가장 높은 86.5%로 30대(86%), 40대 이상(76.3%)보다 추가 일자리를 더 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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