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한 잔] 이상조 다락방의 불빛 대표

좋아하는 음악을 좀 더 좋은 소리로 듣기 위해 오디오에 취미를 붙인 지 30여 년이 지났다.

고장이 난 오디오를 스스로 고치거나 스피커나 앰프를 자작하는 단계는 아니지만, 오랜 세월 다양한 소리를 듣다 보니 좋은 소리인지 아닌지 구분하는 정도는 되는 것 같다.

그러다 보니 주변에서 오디오를 새로 장만하거나 업그레이드하신 분들이 와서 좀 들어보라고 청하는 경우가 자주 있는데, 저마다 그 음색은 다르지만 대부분 아주 좋은 소리를 들려준다.

그런데 가끔은 아주 특별한 소리를 경험하게 된다.

그냥 좋은 소리가 아니라, '아무것도 하지 않고 종일 음악만 들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게 하는 오디오, 그런 소리를 만나는 것이다.

바닷물이 4% 정도의 염분을 가지고 있는 것만으로도 민물과 확연하게 구별되는 것처럼, 좋은 소리를 뛰어넘는 그 황홀한 소리는 딱 그 정도의 차이지만, 누구나 구별할 수 있는 그런 소리를 들려준다.

그 소리의 황홀을 경험하기 위해 사람들은 엄청난 시간과 돈을 사용한다.

애초에 못 가봤으면 좋은 소리에 만족했겠지만, 그 몇 퍼센트의 차이를 경험한 사람들은 그것을 잊지 못하고 또 그리워하게 된다.

문화와 예술이 시민들과 만나게 하는 역할을 오랫동안 해오다 보니, 자연스럽게 지역의 수많은 문화 예술인들을 만나게 된다. 모두 다 훌륭한 분들이지만 가끔 정말 눈에 띄는 분들도 만나게 되는데, 싱어송라이터 신경우 군도 그런 사람 중 한 명이다.

20대의 나이에 어울리지 않는 완숙함, 통기타와 완벽하게 어우러지는 표정과 외모, 그리고 목소리. 그냥 좋은 목소리가 아니라 '온종일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가 들려주는 노래만 듣고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게 하는 목소리를 신경우 군은 가지고 있다.

더구나 그는 싱어송라이터다. 자신이 직접 곡을 쓰고, 가사를 붙이고, 연주하고, 노래한다.

이 점은 작사가, 작곡가, 안무가, 코디네이터, 헤어디자이너 등의 팀이 붙어서 소위 공장식으로 만들어 낸 음악이 아닌, 자기 생각이나 경험을 토대로 가사를 쓰고, 곡을 붙이고 직접 부른다는 점에서 아주 선명한 차이를 만들어 낸다.

그런 그가, 지난 4월 16일 25살의 나이로 방송사 오디션 프로그램인 '너의 목소리가 보여 시즌 8'에서 '25살 송창식'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최종 우승을 했다.

중학교 때 접한 통기타 음악에 매료되어 지금에 이르렀다는 그. 15세 소년 신경우 군을 사로잡았던 통기타의 매력은 무엇이었을까?

친구들로부터 한물간 음악을 한다는 냉소적인 평가를 받으면서도 통기타 음악을 계속하게 했던 힘은 무엇이었을까?

이상조 다락방의 불빛 대표 

뭔가 새로운 것이 나오면 이전의 것들은 모두 버리고 갈아타는 것이 새로운 것에 잘 적응하는 장점이 되기도 하지만, 획일화되어 다양성을 잃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트로트와 아이돌 음악이 천하를 호령하는 요즘, 통기타를 치며 노래하는 신경우 군과 같은 싱어송라이터가 전국적인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최종 우승을 했다는 것은 어쩌면 우리 사회가 이제는 다양성을 원하고 있다는 방증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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