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청주시의회 관련 자료사진. /중부매일DB
청주시의회 관련 자료사진. /중부매일DB

85만명에 이르는 청주시민을 대표하고 대변하는 청주시의회가 수상하다. 확인도 안된 '주민'을 내세워 많은 시민들의 뜻을 뒤집는가 하면 '시민'을 팔아 다 끝난 것을 뒤늦게 걸고넘어지는 상식밖의 일들이 이어진다. 필요할 때는 외면하다가 뒷북을 치는 셈인데 내뱉은 말과는 다른 속내가 있는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시민만 바라봐야 할 시의원들이 민의와 동떨어져 시정 현안의 발목을 잡는 모양새다. 주민들이 뒷전이 된 의회는 존재 가치가 없다. 청주시의회의 오늘이 그렇지 않은지 스스로 살펴볼 일이다.

청주시의회는 최근 시에서 올린 우암산 둘레길 조성사업 예산을 전액 삭감했다. 관련 상임위부터 찬반논란이 일더니 예결위 문턱을 넘지 못했다. 삭감 이유는 주민 의견수렴 부족이었다. 사업 대상 인근지역 주민 대다수가 이를 모르고 있고 이들을 위한 교통대책이 없다는 지적이다. 여기에 충북도의 일방적 추진을 따를 수 없다는 설명이 더해졌다. 다수가 반대표를 던진 만큼 시의원 상당수가 이에 동조한다고 봐야 한다. 사업 타당성을 언급하기보다 진행 과정과 의회가 들러리에 그쳤다는 점을 강조하기도 했다.

우암산 둘레길 조성은 순회도로를 일방통행으로 바꾸고 보행자 중심의 공간과 길을 꾸미는 사업이다. 충북도가 비용의 75%를 부담하면서 사업에 앞장섰다. 청주시의회가 말하는 게 이 부분이다. 최근 청주에서 진행된 몇몇 사업을 충북도가 좌지우지하는 것에 대한 반발이다. 이것만으로는 명분이 약하니 주민을 팔고나선 것이다. 지난해 시민설문조사에서 압도적 찬성이 확인됐는데 이제와서 여론타령을 하는 것은 말이 안된다. 인근 주민을 내세워 다수 시민의 뜻을 거스르는 것은 민의를 왜곡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물론 코로나로 인해 사업설명이 충분치 않았던 점이 눈에 띄기는 한다. 하지만 이는 추후 보완하며 추진하면 될 뿐 사업을 중단시킬 문제는 아니다. 인근지역 통행은 개선책이 마련됐고 필요시 더 보완하면 된다. 시의원들이 이를 모를 리 없는데도 물고늘어지는 것은 주민이 아니라 자신들의 입지 때문으로 밖에 볼 수 없다. 시의회의 뒷북은 이뿐만이 아니다. 이미 일단락된 고속버스터미널 임시 승하차장 문제를 뜬금없이 들고나와 엉뚱한 소리를 해대는 의원도 있다. 자신의 존재감 과시에 주민을 내세운 것이다.

의정 단상에서 주민안전을 운운했는데 정작 논란이 될 때는 누구하나 관심조차 기울이지 않았던 시의회다. 최선인 시외터미널 이용이 무산됐을 때도, 일부 억지주장에 시민 모두가 불편을 겪게 됐는데도 모르쇠로 일관했다. 심지어 문제가 다 해결된 뒤에야 '임시 승하차장을 납득할 수 없다'며 지역을 살피지 않았음을 자인했다. 그러면서도 말머리에 늘 주민을 앞세운다. 그러기에 의원자질을 의심받고, 시의회가 손가락질을 받는 것이다. 주민을 내세워 딴짓만 하는 의회라면 자치(自治)를 역행한다는 비난을 받아 마땅하다.

저작권자 © 중부매일 - 충청권 대표 뉴스 플랫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