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숲 만들고 환경 접목한 융합수업… 약점이 '강점'으로

봉명고 전경. /김명년
봉명고 전경. /김명년

[중부매일 박성진 기자] 충북 청주 봉명고등학교는 '환경 고등학교'를 지향한다. 대한민국 최초라는 수식어에 걸맞는 환경과학 중점학교를 만들기 위해 교사와 학생, 학부모들은 부단히 노력하고 있다. 봉명고가 '환경'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태생적인 학교 입지 때문이다.

지난 2007년 개교한 봉명고는 청주공단에 위치해 있다. 학교 인근에 수많은 공장이 즐비해 있다. 학교를 둘러싸고 화물차가 쉴새없이 지나다니고, 공장 굴뚝에서는 연기가 쉼없이 뿜어져 나온다. 여름에는 매케한 냄새가 코를 찌른다. 이처럼 학교가 좋지 않은 환경에 갇혀있다보니 자연스럽게 환경에 눈을 뜰수 밖에 없는 게 봉명고의 현실이다. 하지만 봉명고는 이런 열악한 상황을 오히려 환경을 공부하는 최상의 토양분으로 여기고, 이를 중점적으로 연구하고 탐색한다.

김명철 봉명고 교장은 "모든 교과에 환경을 접목시키는 융합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며 "환경 중심 지도안을 짜서 모든 교과가 환경과 융합할 수 있는 수업으로 교육과정을 바꿔 올해부터 수업에 반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봉명고는 환경연구를 할 수 있는 교내 인프라 구축에 힘쓰고 있다.

학교숲을 만들어 청주공단의 허파 역할을 자처하고 있다. 이미 소규모 숲을 조성한 상태에서 1억3천만원의 숲 조성비를 확보해 보다 넓은 숲을 꾸밀 계획이다. 숲은 미세먼지나 오염으로부터 학교를 정화시키는 작업을 하는 동시에 학생들에게 환경의 중요성을 깨닫게 하는 산파 역할도 한다. 자연이 환경에 미치는 파급력을 '숲'이라는 하드웨어로 학생들에게 인식시켰다면, 교육과정 변화를 통해 소프트웨어를 강화할 필요성에 따라 환경 교사도 초빙해 환경 전문가 양성 프로그램에 나섰다.

봉명고는 다양한 형태의 환경교육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교과 체험의 날을 통해 학생들 스스로 교과와 환경을 연결짓는 부스를 만들어 운영한다. 녹색 GDP를 만들거나 식물성 고기 요리를 통해 영양소를 비교하고, 토양 오염에 관한 연구를 한다. 사회 교과와 환경 교과를 접목시키는 수업이 늘고 있는 것이다.

'에코 브릭스 만들기' 프로젝트를 통해 플라스틱 페트병에 비닐봉투를 채워 넣은 에코 의자도 만들기도 했다.

환경포럼에서 학생들이 토의를 하고 있다.
환경포럼에서 학생들이 토의를 하고 있다.

환경 포럼을 통해 학생들의 흥미도 유발하고 있다.

전문적인 지식을 탐구하는 패널 토의로 진행하는 환경 포럼은 학생들이 환경을 주제로 지식을 나누고, 질의응답을 통해 스스로 학습하는 힘을 길러준다. 미세 플라스틱과 대체제, 백신, 코로나19 이후 북미관계 등이 주제로 제시됐다. 코로나 시대에 맞춰 환경포험은 유튜브 스트리밍을 통해 생중계한다. 환경포럼에서 다룬 주제로 콘텐츠를 제작해 습득한 지식을 학생들끼리 나누기도 한다.

환경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시대에 환경을 접목한 교과편성은 학생들에게 새로운 도전정신을 일깨웠다. 환경과 관련된 진로가 많지 않지만 융합교과를 통해 환경학습요소를 불어넣어 다양한 형태의 진로 방향을 설정한 결과다.

봉명고의 이런 선도적인 도전은 학생들의 변화를 이끌어냈다.

학생들이 관심을 갖던 분야에 환경을 접목해 꿈을 키우는 것이다. 코로나 시대와 맞물려 자연스럽게 환경과학자의 길을 걷겠다는 학생, 정치 등 인문과 환경을 접목한 인문환경을 개척하겠다는 학생, 화장품공학과 진학을 통해 플라스틱 용기가 아닌 친환경 제품으로 바꿔보겠다는 학생, 외교관이 돼 글로벌 환경조약을 만들어보갰다는 학생 등이 바로 봉명고의 미래자산들이다.

열악한 교육환경으로 학부모와 학생들이 선호하지 않는 봉명고는 이런 약점을 오히려 강점으로 되살려 대한민국 최초의 '환경 고등학교' 타이틀을 획득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인터뷰] 봉명고등학교 김명철 교장

역사 만들어가는 '히스토리 메이커'로 성장하기를

김명철 봉명고 교장
김명철 봉명고 교장

"봉명고는 환경적으로, 위치적으로 나쁜 학교다. 학부모·학생들이 가장 비선호하는 학교다. 하지만 이런 위기와 약점을 강점으로 승화시키려고 엄청나게 노력을 하는 학교다. 결과적으로 입학 후에는 학부모·학생들이 가장 자랑스러워하는 학교가 된다."

봉명고가 태생적으로 불리한 입지적 한계로 청주권 일반계 고등학교에서 가장 인기가 없다던 김명철 교장은 '환경'이라는 단어가 언급되자, 목소리에 자신감이 바짝 들어갔다.

"소음·매연 등 학교 주변 환경이 좋지 않은 탓에 민감성이나 위기의식은 심각하다. 하지만 좌절하지 않고 오히려 '환경 중점학교'로 거듭나는 계기로 삼고 있다. 교육과정을 바꿔보고, 외부에 환경적 변화를 줘 학생들에게 목표감을 심어줬다."

김 교장은 '환경 고등학교'로 탈바꿈하기 위해 청주권에서 처음으로 환경 교사를 초빙해 1학년 기본교과에 공통과정으로 환경교과를 편성했다. 또 외부적 환경 변화를 위해 1억원이 넘는 예산을 들여 학교숲을 보다 넓게 조성하고 있다.

김 교장은 학생들이 '히스토리 메이커(History Maker)'로 성장했으면 한다. 철학자인 아놀드 조셉 토인비(Arnold Joseph Toynbee)의 '역사는 도전에 대한 응전이다'라는 말을 강조했다.

"환경이나 위치, 여건이 나쁘다고 좌절하고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의욕적으로 극복해보고, 만들어가는 학생들이 되기를 기대한다. 공부해서 남주는 학생들이 됐으면 한다. 학생들 개개인이 자기만의 역사를 만들어가는 사회인으로 자랐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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