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강원도 상위법 등 지원 근거 없어 시행 곤란
도민 세금 편·불법 방식으로 집행될 우려까지 내제
道, 재의요구로 지방자치법에 맞게 조례 다시 제정

[중부매일 박재원 기자] #사례1. 충남자치경찰위원회 "지급 규정이 없어 단순히 자치경찰위원회 운영비만 편성할 예정이다. 국가경찰에 지급할 복지·처우 개선 관련 비용은 예산안에 포함시키지 않았다."

#사례2. 강원자치경찰위원회 "복지·처우 개선비를 포함한 위원회 예산안을 의회에 제출했으나 관련 근거가 없어 당장 집행은 힘들 것 같다."

충북자치경찰 조례가 현재와 같이 확정된다면 도민 세금이 편법 또는 불법으로 사용되는 '촌극'이 벌어질 소지가 있다.

도의회는 지난달 30일 '자치경찰사무와 자치경찰위원회 조직·운영 등에 관한 조례안'의 16조 후생복지에 관한 범위를 '위원회 사무국 소속 경찰공무원'에서 '자치경찰사무를 담당하는 공무원'으로 수정·의결했다.

집행부에서 위원회 소속 경찰로 한정한 지급 범위를 의회에서 자치경찰사무를 담당하는 공무원으로 확대한 것이다.

이 조례가 확정·시행되면 지방자치법을 따르는 충북도는 자치경찰위원회 관련 예산을 제대로 집행할 수 없게 된다.

충북자치경찰위원회에 속하지 않은 경찰공무원의 복지까지 챙겨야 할 근거가 없어서다.

◇후생복지 지원 근거 없어 = 자치경찰위원회는 시·도지사 소속 독립 합의제 행정기구로 여기에 속한 국가직인 경찰공무원은 도청 소속에 해당돼 복지·처우와 관련한 예산을 도청 공무원처럼 집행할 수 있다.

반면 위원회를 벗어난 경찰은 지원 근거가 없다.

행정부 소속 국가공무원에게 적용하는 '공무원 후생 복지에 관한 규정'을 보더라도 '지방자치단체에 근무하는 국가공무원의 후생복지제도에 대해서는 해당 자방자치단체의 후생복지에 관한 조례를 적용한다'고 했다.

다시 말해 자치단체 소속이면 국가공무원이라도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뜻이다. 이를 적용받는 게 바로 소방공무원이다.

하지만 자치경찰위에 속하지 않는 나머지 경찰은 자치단체 소속이 아니라 행정부 소속으로 지원 대상에서 벗어난다. 이를 적용받으려면 충북경찰청장이 '충북경찰본부장'으로 충북지사에 속한 조직 내 구성원으로 활동해야 한다.

결국 충북도에서 자치경찰위원회에 속하지 않는 나머지 경찰공무원까지 챙겨야 할 근거가 없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국민의힘 이옥규 도의원은 16조 지원 범위를 확대한 수정안을 제출했고, 같은 당 소속 오영탁 의원과 더불어민주당 임영은·박상돈 의원이 여기에 합세해 찬성표를 던지면서 사실상 '무용지물' 조례를 만드는 단초를 제공했다.

◇충남·강원도 상황은 = 이 같은 조례가 시행된다면 충북도는 충남·강원과 마찬가지로 예산 집행이 곤란해질 수 있다.

충남·강원도는 '자치경찰사무를 수행하는 공무원'에게 복지는 물론 처우까지 지원할 수 있도록 조례를 제정했다.

현재 자치경찰을 시범 운영하는 충남은 추가경정예산안에 자치경찰위원회 관련 예산을 편성할 예정으로 후생복지 등 지원에 관한 항목은 아예 없고 사무관리비 등 기본경비만 수립했다.

자치경찰위 소속 경찰에게 후생복지비 지급이 가능하지만, 이 또한 예산을 확보하지 않고 충남경찰청에서 지급하도록 요청했다.

예산담당 부서는 위원회에 속하지 않는 국가경찰에 도비 지원은 지방자치법 위반 소지가 있다고 해석한다.

충남도 관계자는 "조례에 따라 예산 수립·검토는 할 수 있으나 위원회 소속이 아닌 부분까지 편성해 의회에 제출하기는 어렵다"며 "다른 광역 시·도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고 했다.

지난달 초 자치경찰을 공식출범한 강원도는 추경안에 자치경찰위원회 관련 예산 9억원 정도를 편성해 의회에 제출했다.

이 예산안에는 지구대·파출소에 보급할 에어컨, 공기청정기, 직원 편의시설 관련 비용 6억원도 포함됐다. 그러나 강원도는 이를 집행할 수 없다고 한다.

억지로 집행한다면 자치경찰위원회에서 에어컨 등을 구매한 뒤 바로 용도 폐기해 이를 경찰에 지급하는 편법 또는 불법을 동원해야 하고, 이를 검토하기도 했다고 한다.

강원도 관계자는 "예산을 세워놓기는 했는데 의회에서 승인해도 이를 집행할 수는 없다"며 "지방자치법을 따르는 다른 시·도와 마찬가지로 지켜봐야 한다"고 했다.

둘 다 똑같이 지방자치단체에서 국가 소속인 경찰에 후생복지나 처우개선비를 지원할 근거가 없기 때문이다.

◇관련 근거 제정만이 해결책 = 그런데도 조례에 지원 조항이 생긴 이유는 경찰법 때문이다. '국가경찰과 자치경찰의 조직 및 운영에 관한 법률'을 보면 '시·도지사는 자치경찰사무 담당 공무원에게 조례에서 정하는 예산의 범위에서 재정적 지원 등을 할 수 있다'고 돼 있다.

하지만 지방자치단체는 이 경찰법을 따른 의무가 없다. 경찰법은 경찰 조직이 따라야 할 법이고 자치단체는 지방자치법이 우선이다.

자치경찰 사무를 담당하는 경찰 등 모든 공무원을 지원하려면 별도로 자치경찰법을 제정하거나 지방자치법을 개정해야 가능하다.

상위법이나 근거 규정이 없는 한 충북에서도 범위를 벗어난 자치경찰 관련 예산은 마련되기 힘들다.

자치경찰위에서 예산안을 만들어 도에 제출하면 예산담당 부서는 위원회에 직접적으로 속하지 않는 모든 비용을 제외시킬 게 뻔하다.

설사 예산안이 의회로 넘어가 승인이 이뤄졌다고 해도 집행부에선 이를 집행하지 못할 수도 있다. 굳이 집행하려면 편법이나 불법적인 방법을 사용해야 한다.

결국 충북자치경찰조례에 담긴 16조 '자치경찰사무를 담당하는 공무원'의 후생복지는 실현될 가능성이 낮아 보인다.

도에서 처음부터 구상한 '위원회 사무국 소속 경찰공무원' 한정한 내용대로 조례를 만든 뒤 지원 근거가 마련됐을 때 조례를 개정하는 방법이 가장 합리적이다.

도는 도의회에서 의결한 자치경찰조례를 다시 심의해 달라고 재의요구하기로 했다. 조례를 폐기시킨 뒤 지원 범위를 위원회에 한정한 내용으로 다시 제정할 계획이다.

도 관계자는 "의원들 사이에서도 지방자치법을 위반할 소지가 있다는 여론이 형성되고 있다"며 "재의요구로 조례를 다시 만들 수 있는 기회가 있을 것으로 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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