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김한규 농협 안성교육원 교수

꽃에 대한 인류의 감정은 매우 특별하다. 아주 오래전부터 꽃을 통해 사랑을 표현하고, 이별을 애도하며 의사소통 해왔다. 충북 청주시 두루봉 동굴은 20만 년 전 구석기 유적지 이다. 이 동굴 입구 모서리에서 검출된 157개의 진달래 꽃가루는 이때부터 인류가 꽃을 장식으로 이용한 것으로 짐작케 한다. 또한 4만 년 전 근처 흥수굴에서 발굴된 남자 아이의 시신 '흥수아이'의 유해에서도 꽃가루가 검출되었다. 아이의 죽음을 슬퍼하던 자들이 소년의 주검 위에 꽃을 놓으며 장례의식을 표현한 것이다.

따스한 봄바람이 불면서 눈길 닿는 곳마다 꽃들이 피어난다. 개나리, 벚꽃을 지나 진달래와 철쭉, 장미 등이 주변을 화려하게 물들이고 있다. 활짝 핀 꽃을 보게 되면 저절로 미소를 짓는다. 찡그렸던 얼굴도 활짝 피게 만드는 게 꽃의 힘이다. 인위적으로 지을 수 없는 자연스러운 미소를 '듀센 미소'라고 한다. 의식적인 웃음과 달리 진짜 미소가 되려면 눈 가장자리 근육인 안륜근이 사용되어야만 한다. 입술 근육과 눈가의 근육이 함께 움직이고, 뺨 근육이 당겨 올라가면서 눈은 가늘어지고 눈가에 주름이 잡히는 표정이다.

2005년 미국 뉴저지 럿거스 대학의 해빌랜드 교수는 듀센 미소에 관한 흥미로운 실험을 하였다. '인간은 왜 꽃을 주고받을까?'라는 기본적인 의문에서 출발하여 꽃을 받을 때와 다른 선물을 받을 때의 표정을 비교하는 실험이었다. 결과는 놀랍게도 꽃, 양초, 과일 중 꽃을 선물로 받은 사람들만이 100% 듀센 미소를 지었다. 사람들이 생일, 기념일에 꽃을 선물하거나 이성에게 프러포즈할 때 꽃을 사용하는 것도 이 때문일 것이다.

꽃은 스트레스를 감소시키고 심신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뇌의 알팔파를 활성화시켜 긴장을 풀고 정서적 편안함을 느끼게 한다. 학교나 병원에서 실시하는 '플라워테라피'는 꽃의 좋은 기운을 받아 몸과 마음의 문제를 해결하려는 활동이다. 우울증 환자들이 원예치료 후 자존감이 향상되고 긍정적으로 변화되기도 한다. 테이블 위에 놓인 작은 꽃 한 송이가 집안 분위기를 바꾸고 마음의 휴식을 주는 것도 꽃의 이런 효과에 기인한다.

김한규 농협 안성교육원 교수
김한규 농협 안성교육원 교수

이슬람교 창시자 마호메트는 코란에서 "빵 두 덩이가 있다면 그중 한 덩이는 팔아서 수선화를 사야 한다. 빵은 육체의 식량이고, 수선화는 마음의 식량이다"라고 표현하였다. 코로나19의 장기화로 인해 일상은 지쳐가지만 고마운 사람을 생각하는 마음은 언제나 한결같다. 꽃이 주는 긍정적인 에너지와 소소한 행복은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가치가 있다. 계절의 여왕 5월, 꽃을 선물하며 일상 속 행복을 나누자. 사랑과 감사, 축하를 건네며 따스한 마음도 함께 전달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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