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뜨락] 김전원 충북인실련 상임대표

사람은 남은 삶이 아주 짧아도 다 꿈을 먹고 산다. 가진 것 없어 금방 굶어죽을 것 같은 이도 저 집에 가면 찬밥 한 술 얻어먹을 수 있을 거라는 희미한 희망(꿈)을 가지고 무거운 다리를 간힘으로 끌고 간다. 남이 보기엔 하찮은 꿈일지 모르지만 그에겐 목숨 줄이 걸린 아주 소중하고 막중한 꿈이다. 그는 그렇게 꿈을 먹으며 오늘하루를 버티고 새로운 꿈에 땀을 덧칠하면서 내일을 살아간다. 내일은 그다음을 향한 또 다른 꿈으로 힘과 용기 얻어 자신만의 행복을 누리며 살아갈 것이다. 우리는 그 꿈으로 내일을 산다.

청운의 원대한 꿈도 있겠지만 하루하루를 즐겁고 알차게 엮어주는 소확행(小確幸)은 가장 가까이에 있는 소박한 꿈이다. 그런 꿈들이 하나씩 차곡차곡 쌓여 탄탄한 기반 되니 용꿈도 이루게 되는 것이다. 대기만성이나 구렁이가 용이 되는 길고긴 세월이 이와 무관하지 않음이다.

어렸을 때 천연두를 앓아 아둔한 이가 늦게 글을 배우기 시작했다. 자신의 아둔함을 극복하기 위해 글을 이해하여 깨우칠 때까지 반복해서 읽고 또 읽었다. 사마천의 '사기'를 천 번 이상을 읽고 나서야 59세의 나이에 진사시(오늘날 7급 정도의 시험)에 합격하였다고 전해오는데, 그의 독수기(讀數記)에는 평생 만 번 이상 읽은 글 36편의 목록이 적혀 있다. 조선의 이름난 독서가요 대문장가인 자공 김득신(子公 金得臣)의 이야기다.

언제 어떻게 이루어질지 모르는 꿈이지만 꿈(希望)이 꿈(空想)으로 사라지지 않도록 피와 땀의 노력(挑戰)으로 새로운 빛을 보니 그 빛 따라 또 길을 간다. 그 길에는 내일을 향한 새로운 꿈이 기다린다. 거기서 생기 얻어 또 쫓는다. 사람들은 이렇게 꿈을 먹고 삭이며 오늘을 이어서 내일을 산다.

온고지신으로 내일을 열고, 법고창신으로 미래를 설계하며, 박고지금으로 시행착오를 줄여 하루하루가 발전하는 삶을 이어가는 길이 어제의 터전에 오늘의 땀으로 내일을 산다. 내일에 살려면, 살고 싶으면, 살기 위해선, 이미 폐기되어 쓸모없게 된 어제를 꼭 살펴야 한다. 율곡 선생의 양병설이나 용서는 하되 잊지는 말라는 말이 그렇다. 거기에 내 삶의 내일을 비춰줄 빛이 기다리고 있음이다.

어미의 고운 마음속에서 천사의 성품 받아 세상에 온 갓난아기의 뒤(便)는 향기롭지만 세상 맛본 이의 뒤가 구리지 않은 건 세상 어디에도 없다. 그러기에 누군가의 잘못을 질책할 때는 자기가 그럴 자격이 있는 지를 살피느라 말하는 순간이라도 자신의 뒤(過去)를 꼭 돌아본다고 한다. 존경받는 이의 마음가짐(省察)이다.

김전원 충북인실련 상임대표
김전원 충북인실련 상임대표

어제가 없는 이 또한 어디에도 없다. 성인도 어제가 있었고 그 어미도 그랬다. 그분들의 어제는 남의 내일을 위한 희생이고 헌신이었기에 비난을 초월하여 본받아 따르며 존경하니 거룩한 것이리라. 어제를 바탕으로 오늘을 살며, 오늘을 다져서 내일을 세우니 그 속에선 보이지 않는 강력한 도전의 원동력인 꿈이 용솟음친다. 온 인류의 꿈, 코로나로 부터의 탈출이 머지않았다고 한다. 어제의 비극 씻기 위한 한분 한분의 작은 꿈 실현으로 복된 날 만들어 내일을 살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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