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부시론] 한병선 교육평론가·문학박사

"우리는 언제쯤 백신 맞고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백신만 빨리 수급했어도 지금쯤 어느 정도 안심이 되었을 덴데." "11월까지 정말 집단면역에 도달할 수 있을까." "올해 안에 백신을 맞기만 해도 다행이라고 생각하는 나 자신이 정말 한심하네요." "정부가 K방역이라고 자화자찬에 빠져 다른 나라들 백신확보 할 때 늑장부린 죄, 지금 우리가 다 돌려받는 중입니다." 주요 일간지에 올라온 시민들의 반응들이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 뉴욕에서 공부하는 필자의 큰딸이 4월 초 이미 코로나19 백신 2차 접종까지 마쳤다는 소식을 전해왔다. 이전처럼 일상생활에 전혀 지장이 없다는 사실도 덧붙였다. 백신 물량이 충분한 나머지 유학생들까지 제한 없이 접종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이 실감 나지 않았다. 여행객들이 몰리는 공항은 다시 인산인해를 이루고 시민들은 파티를 즐긴다.

현재 미국은 반경 1㎞ 안의 슈퍼마켓과 약국 등 곳곳에서 백신접종을 하고 있다. 대형 마트인 월마트와 자이언트 등 곳곳에서 접종을 한다. 백신 종류도 개인이 직접 선택할 수 있다. 쇼핑 중에 예약 없이 즉석에서 접종을 받기도 한다. 이런 이유겠지만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6월8일쯤 완전한 집단면역에 도달할 것으로 예측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미국의 독립기념일인 오는 7월4일까지는 모든 국민들이 차질 없이 일상으로 복귀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약속한 날보다 더 빠르다.

이스라엘은 한 발 더 앞서간다. 국민의 절반이상이 이미 2차 접종까지 모두 마쳤다. 백신을 접종한 외국 관광객들의 입국을 허용하고 있다. 이스라엘 보건당국은 이스라엘이 첫 백신접종 국가이고 국민들은 그 결과를 가장 먼저 누리는 국가라고 했다. 경제활동도 재개되어 올해 성장률이 최고 6.3%에 이를 것으로 전망한다. 영국 역시 백신 접종률 73.4%로 집단면역 도달을 선언했다. 식당과 상점들은 예전과 다름없이 인파로 붐빈다. 중국도 백신접종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면역만리장성'을 쌓는다는 슬로건 아래 미국과 접종 속도전을 벌이고 있다. 호주와 뉴질랜드에서는 관광객 교류는 물론 마스크 없이 대규모 스포츠 행사와 음악회를 즐기고 있다.

일부 국가들이 집단면역을 달성하고 속속 일상복귀를 시작한 상황에서 우리는 어디쯤 위치하고 있을까. 유감스럽게도 OECD 37개 회원국 중 35권 언저리다. 백신 접종률이 낮다는 것은 다른 나라에 비해 국민들의 일상회복이 늦어진다는 의미다. 경제활동은 물론 마스크 쓰기, 자가격리, 사회활동 제한 등 국민들의 불편이 계속 이어질 수밖에 없다. 집단면역이 이루어질 때까지 국민들은 여전히 지금과 같은 강화된 방역수칙을 감내해야 한다.

CNN은 코로나19 백신접종이 본격적으로 이루어지면서 방역에 대한 평가가 바뀌었다고 말했다. 미국과 유럽은 코로나19 확산초기 대응미흡으로 방역실패라는 오명을 얻었지만 한국, 대만 등 일부 국가들은 백신접종이 늦어져 초기와는 완전히 다른 반대의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집단면역에 도달하지 못하면 코로나19 극복도 어려울 것이라는 것은 삼척동자도 안다. 1년이 훌쩍 넘는 코로나19 팬데믹 상황 속에서도 생업에 대한 어려움과 불편을 감수해온 것은 집단면역에 대한 간절한 희망 때문이었다.

한병선 교육평론가·문학박사
한병선 교육평론가·문학박사

코로나19 초기 "K방역의 성과를 내세워 많은 정치적 이득을 얻은 문재인 정부"(이종화 고려대 교수)는 지금까지 코로나19와의 엄중한 전쟁이라고 외쳐왔다. 그러나 우리의 상황은 여전히 녹록치 않다. 한마디로 정부가 시민들의 희생을 최소화할 수 있는 제대로 된 백신수급 정책을 펴지 못한 결과다. 팬데믹 초기 사회적 거리두기와 같은 시민들의 방역동참은 개별전투에 지나지 않는다. 전쟁의 궁극적 승리는 집단면역의 달성이다. 지금의 방역실패는 개별전투의 승리를 전쟁의 승리로 착각한 정부의 책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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