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정구철 충북북부본부장

[중부매일 정구철 기자] 충주시가 호암근린공원 일대에 '시민의 숲' 조성사업을 추진하면서 지방채 발행을 통해 부족한 사업비를 충당하겠다고 한다.

당초 450억 원이었던 해당 사업비를 638억 원으로 늘리면서 최대 220억 원까지 지방채를 발행하겠다는 것이다.

누가 검토하고 결정한 일인지 도저히 이해도 안되고 기가 막힐 따름이다.

지방채는 지방 공공단체가 지방재정법의 규정에 의해 발행하는 채무증권이다.

일반적으로 교육, 교통, 수도 등의 공공사업이나 이미 발행된 지방채의 차환, 천재지변 등으로 필요한 자금을 조달할 때 발행된다.

결국 자치단체가 지는 빚이어서 시급한 사업을 위해 꼭 필요한 경우에만 발행해야 한다.

그런데 충주시는 공원 조성을 위해 수백억 원의 지방채를 발행하겠다고 한다.

이미 공원이 조성돼 있는 충주 호암공원 일대에 엄청난 혈세를 투입해 '시민의 숲'이라는 이름으로 또 다시 공원을 조성한다는 것 자체도 문제다.

더욱이 이를 위해 수백억 원의 빚까지 내겠다니 과연 누구를 위한 사업인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공원이 많아서 나쁠 것은 없겠지만 문제는 예산 운용의 적절성 여부다.

시민들이 낸 세금은 그들의 피와 땀이 배어있기 때문에 '혈세'(血稅)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그래서 예산 운용은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예산 투입 시 우선순위와 효율성을 따지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이다.

지금은 코로나19로 모든 시민이 어려움에 처한 상황이다.

하루하루 어렵게 버티다 결국 문을 닫는 자영업자들이 속출하고 일감을 찾아 새벽시장에 나섰다가 빈걸음으로 되돌아오는 일용직 노무자들도 부지기 수다.

일자리를 잃고 실직수당에 의지해 생활하는 사람들도 있고 얼마 안되는 재난지원금을 가뭄에 단비처럼 목을 빼며 기다리는 사람들도 얼마든지 있다.

시민의 숲에 투입되는 683억 원은 충주시민 1인당 30만 원 이상씩 재난지원금으로 지원할 수 있는 엄청난 금액이다.

시가 추진하는 사업에 딴지를 걸자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수백억 원의 빚까지 내가면서 추진할 정도로 공원 조성이 시급한 사안은 분명 아니라는 것이다.

시의 사업 추진에 과연 얼마나 많은 시민들이 공감할지 궁금하다.

충주시는 공원 조성에 대한 트라우마를 지닌 듯 보인다.

지난 2018년 충주세계무술공원을 충주라이트월드에 내줬다가 많은 시민들로부터 거센 비난을 받게되자 같은해 6·13지방선거에서 충주시장 후보로 나선 현 조길형 시장은 4색공원 조성을 자신의 선거공약으로 내걸었다.

시민의 숲 조성사업도 이 공약의 일환이다.

정구철 충북북부본부장
정구철 충북북부본부장

지방선거가 1년여 앞으로 다가오면서 그에 대한 압박감이 작용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지방채까지 발행하면서 시민의 숲 조성사업을 추진하는 것은 분명 무리수다.

이미 150억원의 사업비를 승인한 충주시의회도 이 문제를 놓고 시민들의 여론을 충분히 수렴했는지 되돌아 봐야한다.

선출직들은 지방선거를 1년여 앞두고 과연 자신들이 시민들의 뜻을 제대로 따르고 있는지 깊이 반성해야 한다.

저작권자 © 중부매일 - 충청권 대표 뉴스 플랫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