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오봉욱 서원대학교 비전학부 사회복지학과 교수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던 2020년 2월, 2천여명의 확진자가 입원할 병실이 없어 자택에서 기다리는 상황이 벌어졌다. 코로나19와 같이 국가적 재난이 발생했을 때 환자 상당수를 즉각 수용하고 치료할 수 있는 공공병원의 역할이 다시금 중요하게 대두되었다.

충북지역에 위치한 공공의료 기관으로서 중부권 대표 지역거점의료기관인 청주의료원, 북부권 지역거점공공의료기관인 충주의료원, 충북대병원 의료진과 행정, 보건 등 종사자들은 코로나19의 장기화와 지역감염 증가로 인해 상당한 피로감에 쌓여있는 상황을 감안할 때 이들에 대한 관심과 응원 그리고 지원도 필요하며, 장기적으로 볼 때 공공의료 확충과 이에 맞는 정부 및 지방자치단체의 지원이 매우 중요한 과업이 될 것이다. 이에 정부는 공공병원을 늘려야 한다는 사회적 요구에 부응해 국민의 보편적인 의료이용을 보장하고, 건강을 보호하기 위한 공공병원을 단계적으로 신·증축하고 병상을 늘려가겠다고 발표했다.

한국의 공공병원 수(221개)는 2019년 기준 OECD 평균의 1/10 수준으로, 전체 의료기관 대비 공공병원의 기관 수는 5.8%, 병상 수는 9.6%에 불과하며, 그 중 충북지역의 공공 병상비율은 14.9%로 전국 평균값보다는 높지만 지역별 의료기관의 분포와 의료서비스의 접근성이 낮다. 즉 보은, 옥천, 증평, 진천, 괴산, 음성의 경우에는 공공병원이 단 한개소도 없고, 보은, 증평, 단양의 경우에는 지역 주민의 보건의료를 위해 반드시 있어야만 하는 응급의료기관 조차도 지정되어 있지 않은 상황이다.

2017년 보건의료 실태조사 등에 따르면 의료서비스가 제공되지 못해 발생하는 "치료 가능한 사망률"은 충북지역이 17개 시도 중 58.5명(평균 50.4명)으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또한 70개 지역 진료권별로 나누어 비교했을 때 음성군은 86.3명으로 수도권 평균 30명에 비해 매우 취약한 것으로 확인되었다. 그만큼 충북지역의 공공의료가 취약하다는 점이다.

이처럼 지역의 공공의료가 취약함으로써 나타타는 문제는 심각하다. 첫째, 의료기관이 대도시 중심으로 편중되고 의료 서비스가 수도권으로 집중되는 현상이 가속화 되었다. 둘째, 의료기관간 비효율적인 경쟁과 지역 간 의료서비스 질 격차가 크게 발생하였다. 셋째, 민간중심의 의료공급은 과잉 및 과소 진료를 유발하게 되고 지역 내에서 필수의료를 받지 못하는 환자들의 유출을 더욱 심화시키고 있다. 마지막으로 국가적 재난상황에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안전망이 취약하다는 것이다. 이러한 문제로 국민의 공공의료 접근성은 떨어지고 사망률 등 건강수준의 격차는 날로 커지고 있다.

이번 코로나 19를 통해 지역 감염병 대응에 있어 지방의료원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는 사실을 국민들이 절감하였을 것이다. 공공병원의 병상부족으로 치료를 제때 받지 못한 환자가 집에서 대기하던 중 사망한 사례는 공공의료 확충이 얼마나 시급한 것인가를 반증해 주고 있다.

공공병원 확충이 시급한 이유는 감염병 유행을 포함한 국가적 재난상황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고, 누구나 어디에 거주하든지 필수 의료 이용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또한 지역별 의료수준의 격차도 해소 할 수 있어 의료기관의 과잉?과소 진료가 아닌 질병에 따른 표준 진료를 받을 수 있게 될 것이다.

결국 공공병원이 코로나 환자를 전담하고 민간병원은 일반 환자를 진료한다면 의료체계를 보다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다. 또한 공공병원 확충을 통해 지역의 의료시장 영향력이 커지게 되면 민간병원을 선도하게 되고, 민간병원에 의존하지 않고 국가차원의 정책수행이 가능하게 될 것이다.

이를 추진하기 위해서는 공공병원 설립 시 예비타당성 평가를 완화 또는 면제하고 지방자치단체는 적극적인 예산지원, 정부는 지방자치단체의 재정자립도에 따른 예산과 정책지원을 해야 한다. 그리고 이에 앞서 공공병원 설립 및 운영 비용에 대한 인식전환을 위해 공공병원 확충 및 운영이 사회간접자본 투자비용 대비 큰 편이 아님을 계속적으로 홍보, 교육해 나가야 할 것이다.

오봉욱 서원대학교 비전학부 사회복지학과 교수
오봉욱 서원대학교 비전학부 사회복지학과 교수

우리나라는 이번 코로나19를 계기로 불확실한 미래사회에 또 다른 감염병을 대비해야 한다. 국제화 시대에 국내는 물론 국가 간 발생하는 감염병은 언제, 어디서나 우리의 건강과 생명을 위협하고 있다. 공공병원에 대한 적극적인 시설?인력 투자로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이용자를 확보하여 안정적인 선순환 구조가 마련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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