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김헌일 청주대학교 스포츠건강재활과 교수

위기의 2018 평창올림픽을 나름 잘 치러낸 문재인 정부는 2032년 올림픽 남북공동개최를 새로운 정치적 카드로 꺼내 들었다. 대북 정책에 민주당 정체성과 정치적 셈법이 복잡하게 얽혀있는, 일종의 흥행 카드로 써먹기 좋은 이슈다. 그러나 88서울올림픽과, 2002한일월드컵 이후 영암 F1, 평창동계올림픽 등 메가 스포츠 이벤트에서 이렇다 할 실리 없이 막대한 국가 재정만 축냈기에 비판의 목소리가 거세다. 이미 경제 강국대열에 오른 우리가 굳이 재정손실 뻔한 올림픽을 치를 이유가 없다. 스포츠 전문가조차 회의적 견해가 우세하다. 차라리 '2032년 평양올림픽'이 그 대안임을 제안한다.

막대한 재정이 투입되는 올림픽을 북한이 절반을 감당하기란 역부족이기에 남북이 공동 개최할 경우 경제적 부담은 우리 국민이 떠안아야 한다. 국민의 혈세 낭비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그러나, 북한 단독으로 개최한다면 말이 달라진다. 평양에서 단독으로 개최하고, 우리는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개최 노하우와 기술 등 간접 지원 방식의 접근이 가능하다.

'평화 올림픽'이라는 명분 아래 우리가 함께 적극적인 평양유치 활동에 나선다. 올림픽 인프라 구축을 위해 체육, 문화, 공학 등 각 분야 전문 인력 파견과 기술 등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대회 마무리까지 함께한다. 이런 접근이라면, 막대한 경제적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다. 인도주의 차원의 지원이기에 '적극적 남북 평화 분위기 조성' 목적도 이룰 수 있다. 명분과 실리를 다 챙길 방법이다.

그렇다면, 평양 개최가 가능할까? 우선 북한의 체제 특성상 김정은의 선택이 중요하다. 북한의 실상은 배고픔이다. 핵무기 보유도 배불리 잘살기 위한 일종의 패스트 트랙 전략이다. 그러나 미국을 중심으로 한 국제 사회의 경제 제재로 상황은 갈수록 나빠지고 있다. 88서울올림픽, 2008 베이징올림픽이 그러했듯이, 올림픽은 북한의 아킬레스인 인권, 경제, 외교 등에 관해 국제 사회에서 입지를 높이고 국가 성장을 도모할 좋은 기회다. 변방의 핵무기 보유국에 쓰인 테러국 멍에를 넘어설 수 있다. 특히 농구, 스키 등 스포츠에 열광하는 김정은의 특성상 올림픽 개최는 최고 지도자의 성향에도 잘 맞아떨어진다. 문제는 북한의 개최 능력인데, 건설, 기계, 통신 등 기초 기술력은 충분히 갖추었기에 김정은이 개최 추진을 마음먹은 순간 충분히 개최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가장 우려되는 재정적인 부분은 상품성 높은 미지의 세계 'North Korea'라는 아이템만으로도 유치 가능한 글로벌 기업들의 투자로 해결 가능하다. 다만 걸림돌은 미국의 대북 경제 제재다.

최근 대선에서 승리한 바이든에게 북한은 정치적 난제다. 북한은 이미 핵보유국이며, 지금의 협상은 사실상 핵무기를 놓고 '가격' 밀당 중이나 마찬가지다. 바이든이 부통령이었던 시절 오바마의 '전략적 인내'도, 트럼프의 '선제재 후협상'도 핵을 막지 못했다. 예컨대, 북한이라는 토끼를 잡기 위해 굴 앞에서 텐트 치고 기약 없이 나오기만 기다리던 오바마, 굴속 벽으로 강하게 몰아붙이던 트럼프 모두 실패했다. 바이든은 앞으로 자신 임기 기간에 구체적 대북 성과를 제시해야만 한다. 그러기 위해서 지금과는 다른 새로운 방법을 찾아야 한다.

유인책! 굴 앞에 먹이를 두고 유인하는 전략이 바로 평양올림픽이다. 미국이 국제 사회에서 평양 개최를 공식 지지하고, 기존의 대북제재를 올림픽과 관련해 제한적 허용할 경우, 올림픽을 비즈니스 기회로 삼는 다국적 기업들의 투자를 유도할 수 있으므로 미국은 북한에 일종의 출구를 제시하게 된다. 국제 사회로부터 올림픽이라는 '인류애적 평화 기원'을 위한 인도적 조치를 제시했다는 명분 또한 갖게 된다. 북한이 올림픽 레버리지 효과를 기대하고 문을 열면, 평양올림픽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해외 문물과 국제 사회 정보가 북한 사회로 밀려들어 가게 된다. 서울올림픽을 준비하던 80년대 중반 대한민국 민주주의가 급변하고 구소련과 중국 또한 그러했듯이, 북한 내부에서 변화의 물결이 일어나 체제 붕괴나 개혁의 물결이 삽시간에 일어날 수 있다. 미국의 외교 입지상 굴속으로 숨어 들어간 북한보다는 적극적으로 활동하는 북한을 상대하기 더 수월하다. 인민의 요구에 밀린 김정은 정권이 외부에 손을 내밀 경우 미국의 옵션 카드는 늘어나게 된다. 북한 문제가 예상치 못한 상황에서 해결될 가능성이 있다.

그렇다면, IOC가 북한 개최를 선택할까? 가장 쉬운 질문이다. IOC는 보증된 흥행 카드인 평양올림픽을 적극적으로 수용할 것이다. '관심과 집중' 자체가 돈이 되는 것이 스포츠 이벤트다. 단지 흥행을 위하여 IOC는 전례 없이 자격 미달 북한 여자아이스하키팀을 평창올림픽에 참가시켰다. 미국 중심 대북 경제 제재가 제한적으로 허용된다면, 다국적 기업들은 마케팅 기회로 적극적으로 활용하려 할 것이다. 이미 자본화된 IOC는 전 세계 미디어의 적극적 참여와 다국적 기업의 막대한 후원이 보장된 평양올림픽을 마다할 이유가 없다.

김헌일 청주대학교 스포츠건강재활과 교수
김헌일 청주대학교 스포츠건강재활과 교수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는 '2032년 올림픽 남북공동개최'는 우리 국민에게 외면받고 있다. 앞으로도 국제 사회의 관심뿐만 아니라, 미국이나 IOC의 관심도 얻기 힘들다. 그러나 평양에서 올림픽이 개최된다면 상황은 완전히 달라진다. 물론 대한민국, 북한, 미국, 그리고 주변 열강들 각각의 셈법이 모두 다르겠지만, 흥미로운 제안이 될 수 있는 것은 분명하다. 북핵 관련국 모두에게 기회를 마련할 일종의 새로운 게임을 제시하는 것이다. 2032년 평양올림픽! 모두의 동상이몽이 될 수 있지만, 리스크 가능성 큰 남북공동개최보다는 명분과 실리 모두 더 좋은 조건의 2032년 평양올림픽을 제안한다.

저작권자 © 중부매일 - 충청권 대표 뉴스 플랫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