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칼럼] 이창근 한국문화재디지털보존협회 상임이사·충북도 무형문화재위원회 전문위원

이제 여름의 문턱을 앞둔 봄의 마지막 5월이다. 딱 산책하기 좋은 선선한 계절이다. 하지만 사회적 거리두기 상황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이에 따라 여행 트렌드도 비대면 방식이 선호되고, 사람이 밀집되지 않는 한적한 곳에서 자연의 경치를 감상하는 방식이 선호되고 있다.

또 여가 활용이 주간에서 야간으로 확대됨에 따라 야간콘텐츠가 무엇보다 중요해졌다. 아름다운 야경을 볼 수 있으며, 사진 찍기 좋은 장소는 인스타그램 핫플레이스가 된다. 안전한 환경에서 힐링할 수 있는 콘텐츠는 역시 문화유산 관광이다.

경기 수원시가 세계유산 수원화성의 화성행궁을 5월 1일부터 10월 31일까지 야간개장을 진행한다는 소식이다. 낮보다 더 아름다운 야간의 도심 속 문화유산인 화성행궁은 밤에만 마주할 수 있는 독특한 야경으로 고즈넉한 운치를 자아낸다.

수원문화재단이 주관하는 화성행궁 야간개장은 화성행궁 구석구석을 산책할 수 있는 코스로 구성됐다. 화성행궁 곳곳에 관람객 누구나 '인생 샷'을 남길 수 있는 빛의 포토존도 설치됐다. 화령전의 은은한 조명은 문화재 야경의 아름다움을 더했고, 행궁 후원의 정자로 가는 숲길 산책은 다양한 문양들의 빛과 함께 특별한 감동을 전한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완화되는 시점부터는 야경과 함께 문화관광 해설 투어와 다채로운 공연, 조선시대 재현배우들이 몸짓으로 들려주는 수원화성 이야기도 만날 수 있다고 한다.

이렇듯 야경을 즐기는 산책 자체가 중요한 관광콘텐츠가 된다. 지역의 야간경관을 아름다운 산책코스로 만들면 관광객이 체류하고 싶은 매력적인 여행지가 돼 체재일수 확대에 따른 관광소비 효과를 창출한다.

영국 런던, 미국 뉴욕 등 야간경제 산업을 육성하고 있는 세계 주요 도시에서는 야간경제를 '오후 6시에서 오전 6시 사이에 발생하는 모든 것'으로 정의하고 관련 산업 범주를 구분하고 있으며, 야간경제에서 많은 부분을 관광이 차지하고 있다.

야간관광은 세계 주요 국가에서도 경제 활성화를 위한 정책사업으로 추진되고 있다. '절대 잠들지 않는 도시' 뉴욕시의 2019년 보고에 따르면 야간관광을 통해 약 190억 달러(원화 약 23.3조 원)의 경제효과와 19만 명의 고용 창출 효과를 거뒀다고 한다.

아울러 런던 야간경제위원회 분석 결과에 따르면 야간관광은 '관광객 지출 증대 효과와 함께 유동인구 증가, 심야시간대의 위험요소 및 범죄율 감소에도 상당한 이바지를 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특히 야간관광은 관광객의 지방 숙박일수 증가로 인한 관광산업의 경제적 파급효과를 일으킨다.

비대면이 일상화되면서 마음의 치유가 중요하다. 이른바 마음 방역이다. 코로나 블루에 지친 관광객에게 문화유산과 자연환경이 조화된 야경은 '마음 백신'이 된다.

문화재청은 올해 전국 5개 지역의 세계유산을 활용해 야경과 결합한 미디어아트 콘텐츠를 선보인다. 개방된 문화재 현장에서 코로나19의 위험환경인 밀접, 밀집, 밀폐를 차단하며, 문화유산을 안전하게 향유할 수 있는 야외 분산형 프로그램이다.

유네스코에 등재된 세계유산의 탁월한 보편적 가치를 첨단기술과 결합하여 문화재를 실감 나게 체험하는 세계유산 미디어아트쇼다.

7~8월 속리산 법주사(충북 보은), 8∼9월 백제역사유적지구(충남 공주·부여, 전북 익산), 9∼10월 수원화성(경기 수원)에서 미디어파사드, 인터랙티브 아트 등의 디지털 헤리티지를 야간산책과 함께 만날 수 있다.

이창근 한국문화재디지털보존협회 상임이사·충북도 무형문화재위원회 전문위원

코로나19로 인해 관광업계 침체에 대한 효과적 대책으로 야간관광은 관광지출, 고용창출, 현가선용 등의 긍정적 효과를 불러온다. 야간관광은 지역의 경관을 활용한 체류형 관광상품 개발에 중요한 문화경제가 된다. 불 꺼진 지역의 경제를 다시 밝히는 희망의 빛이다.

어느 때보다도 문화를 통한 치유가 절실한 작금의 현실이다. 문화유산과 자연환경, 여기에 더한 관광콘텐츠는 불안, 우울, 무기력감을 겪고 있는 우리 사회에 위로와 활력의 치유제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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