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충북의 자치(自治)를 이끌고갈 충북도와 충북도의회의 정치력 시험대였던 자치경찰제 조례 사태가 일단락됐다. 관련 조례의 재의를 요구했던 이시종 지사가 도의회의 철회요청을 받아들이는 형식으로 수정조례안에 대한 논란이 매듭지어졌다. 결과적으로는 경찰의 표준안대로 됐지만 도의회에서 합리적 대안을 찾기로 한 만큼 일시적일 수 밖에 없다. 이번 매듭이 미봉책이고 임시방편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까닭이다. 그럼에도 최악의 상황을 피했고, 실종됐던 '정치'가 가동됐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을 만 하다.

수정안에 대한 찬반논란속에 협의를 건너뛴 채 표대결 국면으로 내몰렸던 도의회는 그나마 내상(內傷)을 줄이게 됐다. 막바지에 스스로 정치력을 발휘함으로써 앞으로의 의정에도 적잖은 보탬이 될 것이다. 추후로 미루기는 했지만 재의 요구의 핵심을 수용하면서 자치경찰 출발이라는 당면 과제를 함께 풀겠다는 자세는 찬반만 고집하던 모습에서 진일보한 것임에 틀림없다. 최악을 피하기 위해 의원 전원의 이름으로 집행부를 압박한 입장 정리도 의미가 있다. 소속 당을 떠나 의회 위상과 입지는 자신들이 다져야 한다.

파열음이 크고 경찰·도·도의회 등 대상이 광범위했지만 이번 갈등은 사실 단순한 사안이다. 도의회가 정부 건의문에서 밝혔듯이 지방자치 본질에 대한 지적이다. 이에대한 법적 뒷받침이 미흡한데서 비롯된 것으로 정부와 국회 등을 통해 풀어야 한다. 이를 지방정부내에서 다루려다보니 빚어진 갈등으로 이제라도 제 길을 찾아야한다. 첫 단추를 잘못 끼워 지금에 이른 것인데 치열했던 과정을 보면 허탈할 지경이다. 하지만 아직 끝난 것이 아니다. 이번 사태로 인해 관련 기관들은 저마다의 숙제를 짊어지게 됐다.

가장 먼저 충북경찰은 빠르고 철저한 준비로 자치경찰이 제대로 운영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갈등과 논란의 모든 과정이 이를 위한 것이었음을 새겨야 한다. 정치적 체면을 구긴 충북도는 합리적 대안이 빠르게 이뤄질 수 있도록 앞장서야 한다. 지금까지 충북이 논란의 최일선에 섰던 만큼 마무리까지 분명하게 끝내야 할 것이다. 이시종 지사의 레임덕과 자기부정의 갈림길에 설 뻔했던 도의회에는 보다 많은 과제가 주어졌다. 현안에 대한 능동적인 자세와 내부논의 활성화, 협의와 조율의 정치문화가 그것이다.

집행부 주문이나 외부 문제제기에 앞서 필요한 경우 의회가 먼저 나서야 한다. 공청회·토론회 등을 통해 폭넓은 의견수렴에도 힘써야 한다. 이런 과정을 통해 의회의 역량을 높일 수 있다. 이는 내부논의로 이어지고 협의와 조율의 정치가 이뤄지는 기본 틀이 된다. 이런 절차들이 자리잡게되면, 건의문과 수정 조례안간에 어긋나는 부분을 보완하는 정도는 고민의 대상이 되지도 않았을 것이다. 전국 어느 시·도보다 뜨거웠던 충북의 출발 준비가 오는 7월부터 본격 시행되는 자치경찰제의 성공의 밑거름이 되길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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