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충북 자치경찰이 시범운영에 들어가 오는 7월 역사적인 첫발을 내딛게 된다. 지역의 문제를 지역 스스로 처리하는 자치(自治)의 여러 기반 가운데 하나인 치안분야에서 새로운 도전이 시작되는 것이다. 이를 이끌고갈 자치경찰위원회가 오는 28일 출범식을 갖고 본격적인 운영에 들어갈 예정이다. 충북은 다른 어느 지역보다 자치경찰이 출발선에 오기까지 우여곡절이 컸던 만큼 앞으로의 활동에 눈길이 쏠리고 있다. 하지만 지금으로서는 자치경찰권이 제역할을 할 수 있을 지 기대난망이다.

자치경찰은 경찰사무 가운데 생활안전, 교통, 경비 등의 지역내 민생치안과 청소년·아동과 관련된 일들을 지방자치단체가 지휘·감독하게 된다. 이러한 지자체의 권한을 행사하고 관련 업무를 수행하는 별도의 기구가 자치경찰위원회다. 위원회는 광역단체장이 임명하는 위원장 등 7인의 위원으로 구성된다. 이곳에서는 자치경찰 관련 정책 심의·의결을 비롯해 현안점검, 사무감사, 임용·평가, 규칙 재·개정 등을 담당하게 된다. 한마디로 지자체를 대신해 자치경찰을 운영·지휘하고 관리·감독하는 최고기구인 셈이다.

이같은 충북 자치경찰위원회의 경찰권 수행에 대한 의구심은 위원장에게서 비롯되고 있다. 이미 내정된 것으로 알려진 남기헌 충청대 교수의 자질문제가 그것이다. 경찰행정학을 가르치는 교수인 만큼 위원회 업무와의 연관성은 갖췄다고 볼 수 있다. 문제는 토론회 발표자료에 버젓이 남의 글을 도용하는 등 도덕성에 흠결이 있다는 것이다. 특정 신문기사 내용을 그대로 베낀 자료를 자신의 창착물인양 발표했다. 정치적인 편향성도 논란거리다. 이는 학자로서의 소신이라고 보기 어려워 이전부터 지적됐던 부분이다.

지역과 해당 분야에서의 평판은 차치하더라도, 흠결이 법적인 문제가 되지 않더라도, 떳떳하지 못하다면 그 자리는 자신의 것이 아닌 것이다. 주변의 강권 또는 본인 욕심으로 자신의 것이 아닌 것을 탐한다면 뒷탈이 생기게 된다. 당장 남 교수의 경우 경찰쪽에서 부정적인 기류가 감지된다. 누군가 나서서 이를 막지 않는다고, 많은 사람들이 대놓고 비난하지 않는다고 별탈이 없을 것이라 생각하면 오산이다. 충북 자치경찰제를 진두지휘할 이가 두고두고 입방아에 오를 인물이라면 영(令)이 바로 설 수 없다.

충북도의 입장에서도 재고(再考)가 필요하다. 비록 법적인 미비 때문이었지만 앞서 자치경찰제 조례 제정과 관련해 체면을 구긴데 이어 또 다시 논란을 자초하는 꼴이다. 이 지사가 늘상 언급하던 지방자치를 향한 꿈이 이런 일로 흠집이 나서는 안될 것이다. 더구나 자치경찰은 이제 막 발걸음을 떼는 형편이다. 출발부터 너무 무거운 짐을 지워서야 어떻게 속도를 낼 수 있겠는가. 초반 빨리 가던 충남 자치경찰이 위원장으로 인해 발목이 잡혔던 것을 잊어서는 안된다. 힘들고 먼길일수록 출발은 단단하게 준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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