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칼럼] 안창호 충북스타트업협회 의장

COVID-19는 빌딩, 상가 소유주들에게 티핑포인트(Tipping Point)가 됐다. 2020년 이전까지만 해도 온라인 시장의 공세가 거세긴 했지만, 나름의 경쟁력으로 버틸 수 있었다. 하지만 코로나 발생을 기점으로 상황은 완전히 달라졌다.

거리에는 "권리금 없음", "임대문의"라고 메모가 붙여진 상가들이 넘쳐난다. 이른바 '한 집 건너 한 집"이 폐업하고 있다. 지방 중소도시는 물론 인구 과밀지역이라고 하는 서울, 수도권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코로나가 발생한 지난해 1월 이후 전국 중대형 상가 공실률은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최근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보고서를 보면 올해 1분기 전국 중대형 상가 공실률은 13%를 기록했다. 2009년 이래 역대 1분기 중 최저 수준을 나타낸 것이다.

앞으로는 어떨까? 독자도 알고, 필자도 아는 것처럼 상황은 변하지 않을 것이다. 사람은 보통 3개월 정도의 행동이 반복되면, 습관이 된다. '팔꿈치로 슬쩍 찌르다'라는 뜻의 '넛지'(nudge)는 이제 무의식적으로 행동하게 되는 '심리적 유발 장치'의 고유명사가 됐다.

코로나로 인해 강제적으로 비대면 서비스를 경험한 소비자는 오프라인보다 온라인이 이제 익숙하다. 산업적으로는 대면 중심의 도소매, 서비스 등의 산업은 풍전등화(風前燈火)의 시간을 보내고 있지만 배달, 원격 서비스 등의 산업은 '바람에 돛을 단 듯' 호황이다.

생활형 창업 시장의 상당수를 차지하고 있는 외식업에도 높은 권리금과 보증금, 임대료를 내고 힘겹게 버티던 점포들이 하나, 둘 사라지고 있다. 하지만 공유주방의 사업모델은 '나 홀로'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다.

지난해 배달음식 시장의 거래 규모는 17조. 불과 1년 전(2019)만 해도 9조 원 안팎이었지만, 코로나 시대를 거치면서 80% 가까운 성장을 이뤄냈다. 2018년과 비교하면 무려 500% 이상 성장한 것이다.

집 밖 활동이 제한되면서 기존 상가 내 1, 2층의 외식점포는 고전하고 있다. 반면 공유주방에 대한 수요는 점차 늘어나고 있다.

공유주방(共有廚房)은 말 그대로 '주방을 공유하는' 사업모델이다. 지난 1980년대 미국에서 시작되어 2010년 이후부터 본격적인 사업모델로 자리 잡았다. 국내는 지난 2015년 '위쿡'이 대중화에 성공적으로 데뷔하면서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이후 다양한 형태로 차별화를 시도한 스타트업이 추격하는 모양세다.

스타트업 쉐프를 선발하고 교육하는 '인큐베이팅형'부터, 기존 배달과 매장을 동시에 영업하는 '푸드코트형', 아침과 점심, 저녁을 다르게 운영하는 '타임 쉐어링형' 등 공유주방별로 차별화된 전략도 눈에 띈다.

현재 국내 공유주방 시장은 약 1조 원으로 본격적인 성장을 앞두고 있다. 약 150여 개 업체가 영업 중이며 개별 주방도 1,500여 개에 이른다. 배달만을 특화한 전문형 공유주방은 아직 80여 개에 불과 하지만 곧 폭발적으로 성장할 것이다.

특히 이번에 공유주방이 규제 샌드박스(새로운 제품이나 서비스가 출시될 때 일정 기간 동안 기존 규제를 면제, 유예 시켜주는 제도)를 통해 지원도 다양하게 이뤄지고 있어, 시장이 가파르게 확대될 것으로 보여진다.

일반적으로 공유주방은 크게 두 개의 형태로 구분한다. 이익 추구보다는 지역내 공동체성을 위해 정부나 지자체의 지원으로 운영되는 '지역기반형 주방'과 기존의 상업적인 공간과 시설을 저렴한 비용에 공동으로 사용할 수 있는 영리적인 형태의 '공유주방'으로 나눈다.

공유주방은 초기 지역기반의 ▶Community Kitchen(단순한 장소 제공)으로 시작하여, ▶Shared Use Kitchen(장소제공 + 기본적 사업체 운영) ▶Incubaor(사업초기단계진입) ▶Accelerator(본격 사업성장단계 진입)로 고도화 하고 있다.

우리는 가까운 미래에 주택에서 주방이 사라지는 시대와 마주하게 될 것이다. 로봇에 의한 조리, 간편식품의 대중화로 '배달' 혹은 '배송'된 음식을 소비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사람이 직접 요리한 음식은 아주 극소수의 사람들만을 위한 서비스로 전환 될 것이다.

요리는 집이 아닌 세컨드 주방에서 특별한 날에 소중한 사람들과 '깜짝 이벤트'처럼 여겨지는 날도 멀지 않아 보인다.

안창호 충북스타트업협회 의장
안창호 충북스타트업협회 의장

지금 우리는 코로나 시대를 지나치고 있다. '아직은 저 멀리 있다'고 생각했던 미래가 현실이 되어가는 과도기에 살고 있다. 5년 전, 배달시장의 이렇게까지 커질 줄은 아무도 몰랐을 것이다. 단순히 '내 손안으로 들어온 전단지'라고만 생각했을 뿐이다. 그리고 오늘날 배달은 많은 사업자가 탐내는 아이템이 됐다.

공유주방은 5년 뒤 얼마나 성장할까? 그리고 건물들의 공실은 어떻게 대체 될까? 가보지는 못했지만, 그 미래가 궁금해진다. 그리고 실행하고 실행하지 않고는 오롯이 우리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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