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기현 칼럼] 한기현 논설고문

오는 6월 11일 치러지는 국민의힘 당 대표 선거를 앞두고 정치권에서 때 아닌 '장유유서(長幼有序)'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다툼의 발단은 더불어민주당 차기 대선 주자인 정세균 전 국무총리가 지난 25일 교통방송 '김어준 뉴스공장'에서 30대인 국민의힘 이준석 당 대표 후보의 흥행 돌풍에 대해 유교적 지침인 '장유유서' 문화를 빗대 설명하면서 불거졌다.

정 전 총리는 이날 방송에서 "우리나라에는 장유유서라는 특별한 문화가 있다"며 "당 대표가(대선을 관리하려면) 이해를 조정하고 중심을 잡아야 하는 데 경륜이 없으면 어렵다"고 했다. 그러면서 "영국 노동당에서 에드 밀리밴드라는 39세 당 대표가 나왔는데 아마 집권에 실패하고 큰 성과를 거두지 못한 걸로 기억한다"고 사례를 들었다.

정 전 총리의 발언은 "오해가 있었다"는 본인 해명에도 당사자인 이 후보와 야당의 거센 반발을 사면서 정치권 핫이슈로 급부상했다. 이 후보는 곧바로 페이스북을 통해 "제가 말하는 공정한 경쟁은 시험 과목에서 '장유유서'를 빼자는 것"이라며 "그게 시험 과목에 들어 있으면 젊은 세대를 배제하고 시작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유승민 전 의원도 페이스북에 올린 '장유유서 남의 당 선거에 예의 없게 참견하는 꼰대 어르신'이라는 제목의 글에서 "이준석 후보를 '순서를 안 지키는 아이'로 취급하다니, 케케 묵은 꼰대 냄새가 난다"며 "더불어 민주주의를 하겠다는 정당이 언제부터 나이를 따졌냐"고 비난했다. 또 "다른 당이 당 대표로 누구를 선출하든 괜한 시비는 삼가고 축하를 보내는 게 정치권의 삼강오륜"이라며 "우리 당 변화와 혁신이 놀랍고 부러우신가. 부러우면 지는 것이다. 오해라고 얼버무리지 말고 쿨하게 사과하기 바란다"고 충고했다.

여당 내에서도 지난 4월 치른 서울·부산시장 재선거에서 등을 돌린 20~30대 젊은 층의 지지 회복에 찬물을 끼얹는 것을 물론 내년 3월9일 대선에 나쁜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일찌감치 대선 출마를 선언한 박용진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40대 기수론' 정당인 민주당이 어쩌다가 '장유유서'를 말하는 정당이 되었습니까"라며 "젊은 사람의 도전과 새바람을 독려해야 할 시점에 장유유서, 경륜이라는 말로 오히려 젊은 사람들이 도전에 머뭇거리게 하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 자칫 변화를 거부하는 정당, 꼰대 정당으로 낙인 찍힐까 걱정스럽다"고 밝혔다.

한기현 국장겸 진천·증평주재
한기현 논설고문

이 후보는 지난 25일 리얼미터가 발표한 국민의힘 차기 당 대표 적합도 조사에서 30%가 넘는 지지율로 1위를 기록했다. 만 18세 이상을 대상으로 실시한 이번 조사에서 이 후보 지지율은 30.3%로 2위 나경원 전 의원(18.4%)보다 11.9%p 앞섰다.이어 주호영 의원(9.5%), 김은혜 의원(4.1%), 김웅 의원(3.1%) 순이다.

국회의원 선거에서 내리 3번 낙선한 이 후보의 돌풍이 식물국회, 동물국회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오로지 집권을 위해 '반대를 위한 반대'만을 일삼는 기성 정치권에 세대교체 바람을 몰고 올지 눈을 똑바로 뜨고 지켜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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