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부시론] 김겸훈 ㈔자치전략연구소 이사장

우리가 코로나19 감염병 창궐이라는 전 지구적 재난에 맞서서 사투를 벌인지 벌써 1년 반이나 되었다. 지금 대한민국은 4번째 위기의 입구에 서 있다. 돌아보면 이미 세 번의 위기는 도시봉쇄나 여행금지 등 극단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고도 국민들의 일상을 최대한 유지하면서 아주 잘 넘겼다는 평가다. 비유하자면 '창문 열어놓고 모기 잡는 일'을 해낸 것인데 그 과정에 아쉽고 놓친 것들도 여럿 있다. 세계적으로는 백신접종의 효과가 입증되는 반가운 소식이 전해지고 있고 우리의 백신접종도 이달 들어 가속화되는 모습이라 11월 집단면역 목표에 성큼성큼 다가가는 듯하다. 이제 우리는 진지하게 코로나19 이후를 준비해야 할 시점이다.

코로나19 위기는 촛불시민혁명으로 집권한 문재인 정부가 재난대비태세와 위기관리능력 면에서 얼마나 잘 준비되었는지를 증명해 보인 절호의 기회였고 적어도 해외 전문가들의 객관적 평가는 대체로 긍정적이다. 허나 분명한 것은 2015년 메르스 사태에서 얻은 실패 경험과 이미 잘 정비된 의료체계의 기저효과 그리고 지방자치단체들의 협조가 받쳐준 결과다. 무엇보다 위기 때마다 자신의 몸을 사리지 않았던 보건의료진의 헌신과 민주시민으로서의 태도를 견지하며 정부의 지침을 충실하게 따른 대다수 국민의 자발적 참여와 희생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실제 첫 위기가 닥쳤을 때 벌어진 마스크 대란이 빚은 혼란과 불편은 국민적 이해와 협조가 없었다면 조기 수습이 쉽지 않았을 것이다. 정부는 아직 끝나지 않은 이 싸움에서 더욱 긴장해야 된다는 말이다.

시급한 과제는 이미 시작된 코로나19의 4번째 도전과 이후 유사한 대규모 전염병 창궐에 대비하는 것이다. 이 도전이 고통이 될지 아니면 기우가 될지는 전적으로 국민 개개인의 태도와 행동에 달렸다. 앞선 세 번의 위기가 모두 정부의 사회적 거리두기와 마스크 착용 생활화 지침이나 집합금지 명령을 따르지 않았던 몇몇 몰지각한 국민과 단체가 만들어낸 빈틈에서 시작되었다. 국민 개개인은 방역당국의 안내와 지침을 정확하게 이행하면 된다.

반면 유사 전염병 창궐에 대한 대비책은 경험에서 축적된 역량에 기반하여 관련 재난관리시스템을 재정비하고 특히 지방자치단체의 권한과 역할을 분권화시대에 부합하도록 강화하는 방향으로 조정되어야 한다. 코로나19 상황을 설명하고 대국민 요청을 하는 모습이 이전과는 크게 달랐다. 대부분 질병관리본부 장이나 담당 국장해냈다. 이게 사소해 보이지만 가장 크고 중요한 변화였고 뜻하지 않은 문제가 등장한다. 일반 행정관료들은 코로나 19와의 싸움은 보건의료 인력의 몫이라고 받아들이며 한걸음 물러섰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자신의 몫이 아닌 남 좋은 일이라 생각하는 것이다. 이런 현상은 지방자치단체의 수동적 태도로 나타났다.

그 이유는 대략 두 가지로 나눠볼 수 있다. 우선 오랜 악습인 관료들의 배타적이고 편협한 태도에 뿌리를 둔 할거주의에 기인한 것이고 다른 하나는 변화된 재난관리시스템과 행정환경을 수용하지 못한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정부의 재난관리 대응능력을 저해하고 행정자원 낭비와 비효율의 주범이 되었다. 따라서 관료들의 인식변화를 위한 교육과 훈련프로그램을 마련하는 것도 필요하다.

김겸훈 ㈔자치전략연구소 이사장
김겸훈 ㈔자치전략연구소 이사장

모든 재난은 불평등하다. 인도의 사례가 잘 보여준다. 인도 정부는 코로나19 대유행 초기에 봉쇄조치나 이동제한 조치를 취함으로서 가난한 사람들은 고통도 컷고 희생도 가장 많았다. 우리 정부는 보다 유연한 대응방법인 사회적 거리두기나 집합금지 조치를 취했지만 그로 인한 피해나 고통이 소상공인들과 가난한 사람들에게 더 크고 가혹했음이 각종 통계로 확인되고 있다. 자방자치단체는 재난으로부터 지역의 재난취약계층을 보호하고 지원할 실질적인 대안을 주민들과 함께 마련해야 한다. 그래야 더 행복한 충남이 실현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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