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황진현 내포·홍성주재 부장
[중부매일 황진현 기자]이솝 우화 중 하나인 '양치기 소년'에서 양을 치는 소년이 어느날 심심풀이로 "늑대가 나타났다!"라고 거짓말을 하고 소란을 일으킨다. 동네 어른들은 이 말에 속아 늑대를 잡으려 모이지만 헛수고로 끝난다. 이런 거짓말이 반복되다 보니 결국에는 정말 늑대가 나타났어도 양치기 소년의 말을 믿지 않게 된다. 거짓말을 계속 하면 진실을 말해도 타인이 신뢰하지 않는다. 거짓말은 모두에게 피해를 줄 뿐이다.
중부권 동서횡단철도 사업은 충남·충북·경북 640만 도민들의 염원이다. 한반도 허리를 가로지르며 동해와 서해를 잇게 될 이 사업은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공약이자 100대 국정과제다.
그럼에도 지난달 22일 발표된 정부의 제4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안에 이 사업은 반영되지 않았다. 추가 검토사업에 포함됐을 뿐이다. 하지만 추가 검토사업은 사실상 아무런 의미가 없다. 해도 그만 안해도 그만이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인 지난 2017년 4월 24일 천안시 신부동 집중유세에서 "국회 토론회에서 제가 약속드리고 (대선)공약집에 딱 넣어놓았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하지만 여전히 이 사업은 현 정부에서 외면받고 있다.
양승조 충남도지사와 이시종 충북도지사,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지난 25일 천안 독립기념관에서 '중부권 동서횡단철도 반영 촉구 공동건의문'을 채택했다. 앞서 지난 24일에는 이들 3개 도, 12개 시·군이 이 사업을 제4차 국가철도망 계획에 반영해 달라는 주민 서명부를 국토교통부에 제출했다.
640만 도민들의 염원이 이제는 희망 고문이 되고 있다. 도민들은 언제까지 희망 고문을 받으며 이 같은 상황을 이어가야 하는지 의문을 가질 것이다. 내뱉은 말은 행동으로 옮겨야 한다. 약속을 해 놓고 행동으로 옮기지 않는다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양치기 소년이 되어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