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이지효 문화부장

'적격자 없음' 지난 18일 오후 6시가 다돼서 홈페이지에 공지된 청주시립교향악단 예술감독 겸 상임지휘자 최종 합격자 공고를 본 충북 음악계는 '우려했던 최악의 시나리오'라는 반응을 보였다. 공모 시작부터 사전 내정설 의혹이 있었고, 내정설에 거론됐던 인물이 서류 심사에 탈락하면서 공모 자체를 원점으로 돌리는 설마 설마 했던 일이 실제로 벌어졌다는 게 그 이유다.

사전 내정설 의혹은 3월 29일 발표된 모집 공고의 자격 때문에 제기됐다. '국·공립 교향악단에서 공고일 현재 2년 이상 지휘자(부지휘자 포함) 근무경력이 있는 자'가 응시자격 요건에 포함되어서다.

이 자리에 응시하려고 했던 A씨가 "저런 자격을 제시했을 때는 그에 상응하는 국제 콩쿠르 수상 경력이나 해외에서 활동한 경력도 인정해줘야 하는 것 아니냐"는 문제제기를 하면서 '사전 내정설' 의혹이 불거졌었다. A씨는 응시자격이 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서류조차 내지 못하고 돌아가야만 했다.

이 상황에서도 '절차적 정당성'이 부족했다는 의견이 비등하다. 서류를 내는 것은 본인 의지이고 심사위원들이 응시자격에 부합하지 않아 탈락시킨다면 이는 받아들일 수 있는 부분일 수 있지만 서류조차 낼 수 없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결국 총 10명이 경쟁해 3명이 1차 서류전형에 합격해 면접을 봤지만 적격자는 없었다.

음악계 인사들에 따르면 면접 대상자였던 3명의 후보자들이 충분히 역량있는 분들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모두 돌려 보낸 것은 청주시의 위상이 상당히 깎이는 일이고 '청주는 내봤자 소용없다'는 인식이 박힐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면접 심사에 올랐던 B씨는 "면접 과정에서 공정하고 납득할만한 질문들을 던지셔서 누구든 뽑을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고, 누가 되든 청주시향을 잘 이끌어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는데 상황이 이렇다보니 특정인을 염두에 둔 것이 아니냐는 것이 중론"이라며 씁쓸한 웃음을 지었다.

이런 상황이 되자 문화계 인사들은 "한국인 지휘자를 뽑는 것이 쉽지 않을 수 있겠다"며 "이런 상황이라면 초빙제도를 활용해 명망있는 외국인 지휘자를 모셔와 새로운 시스템을 갖추는 것도 한 방법일 것"이라고 조언했다. 인근 대전시향도 영국 출신 지휘자 제임스 저드가 이끌며 수준높은 공연을 제공하고 있다.

물론 높아진 청주시향의 위상에 걸맞는 마땅한 지휘자가 없어서 뽑지 않았다는 의견도 있기는 하다.

이지효 문화부장.
이지효 문화부장

공모를 통해서 적정한 인사를 뽑지 못한다면 이를 반복하기 보다는 모두가 납득할 수 있는 분을 모시는 것도 한 방법이다. 우리나라 축구가 2002년 월드컵을 대비하면서 히딩크 감독을 기용함으로써 연고 위주에서 벗어나는 결정적인 발전의 계기를 맞았던 것을 반면교사로 삼을 필요가 있다.

1973년 청주 관현악단으로 출발한 청주시향은 48년의 역사를 자랑한다. 곧 다가올 50년 역사를 더욱 빛나게 이끌 지휘 능력과 소통의 리더십을 겸비한 좋은 분이 오기를 바라는 것은 너무 큰 욕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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