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아리] 김동우 논설위원

사람이 죽으면 땅에 묻는다. 매장(埋葬)이다. 인류가 집단생활을 하면서 비롯됐을 것으로 추정한다. 요즘 화장이 일반화되어 매장을 접하기 힘들지만, 그래도 일부 층들은 매장을 고집한다. 과거 우리 선조들은 왜 매장을 고집했고 지금도 이어지고 있는가?

첫째 지옥이 지하에 있고 살아생전의 죄를 지옥 대왕으로부터 심판받기 위함이다. 둘째 사자(死者)는 불운 불행 공포의 대상으로 여겨 그와의 관계를 끊기 위함이다. 셋째 백(魄, 넋)의 영향으로 죗값을 덜 받고 환생(還生)을 기대하기 위함이다.

살아있는 동안 몸속에는 혼백(魂魄)이 공존한다. 사람이 죽으면 '혼(魂)'은 몸속에서 즉시 이탈해 매장 전까지 시체 주변을 맴돈다. 매장이 끝나면 영원히 시체를 떠나 저승사자에게 이끌려 지옥으로 가 명부시왕(冥府十王)으로부터 살아생전 죄를 심판받는다. 3년 동안(약식 49일) 받는다. 주목의 대상은 '백'이다. '백'은 사자의 뼈가 진토될 때(약 100년 정도)까지 뼈에 남는다. 죽으면 '혼과 백'이 분리된다는 얘기다. 조문 시 두 번 절하는 이유다.

매장은 윤회전생(輪廻轉生)에 근거한다. 인간이 죽으면 육도(六道-천국,사람,동물,아수라,아귀,지옥) 중 죄의 경중에 따라 어느 하나로 다시 태어난다는 불교와 도교의 융합 사상이다. 매장 풍습이 사자를 처리할 곳이나 적절한 방법을 몰라 아무 생각 없이 내려온 것이 아니라는 얘기다. 매장 후 제사와 성묘가 이어진다. 이는 지옥에서 죄를 심판받는 '혼'이 지은 죄에 비해 약한 처벌을 받아 육도 중 한 곳으로 환생하도록 '백'에게 대신 기원하는 행위다. 이미 떠난 '혼'과 남아있는 '백'은 소통하기 때문이다. 특히 '백'이 명당에 있으면 '혼'과의 소통이 활발하고 후손의 기원을 잘 들어 준다고 한다. 명당을 찾는 이유다.

땅에 묻고 정성껏 관리한다는 점에서 매장은 파종과 같다. 파종은 생명의 씨를 뿌리고 종족을 번식시키는 일이다. 매장은 '백'을 땅에 묻어 환생, 새 생명 잉태를 기원하는 행위다. 함부로 화장할 일이 아니다. 화장하면 뼈가 사라짐에 따라 뼛속에 있는 '백'도 없어진다. '혼'과 소통할 '백'이 사라지면 제사 때 '혼'을 모실 수 없다. 그러니까 화장하면 진설 원칙에 따라 제상을 차려놓고 지내는 옛 방식 제사는 소용없다. 썩은 씨를 뿌리고 발아를 바라는 행위다.

김동우 YTN 청주지국장
김동우 논설위원

물론 산림 훼손에다 조상 숭배의식 퇴조 등으로 화장이 대세인 요즘 매장 기피를 비난만 할 수 없다. 하지만 새 생명을 기원하는 의식이 사라지고 있다는 점에서는 아쉬움이 남는다. 혹시 화장 때문일까? 우리나라 출산율이 극히 저조한 이유가? 출산율이 2020년 기준 0.84명으로 감소 추세다. 물론 출산율은 매장 여부와 관계없다. 하지만 그 이유가 무엇이든 매장의 주술적 의미를 고려하면 매장이라도 권장해야 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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