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청주 오창 여중생 투신사건을 계기로 위기 청소년에 대한 사회적 보호체계가 도마위에 올랐다. 사건이 발생한지 상당한 시간이 지났지만 가해자 구속 이외에는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 보호체계를 비롯해 사건 대응이 미흡했다는 지적은 잇따르지만 여전히 실질적인 진전은 찾아볼 수 없다. 경찰 수사단계에서의 보호 체계는 물론 책임이 가장 크다고 할 수 있는 교육당국의 대책은 답답함만 더 키운다. 아직 사건의 마무리조차 안된 만큼 좀 더 지켜봐야겠지만 소 잃고도 외양간을 못고치는게 아닐까 걱정이 앞선다.

사건 내용이 알려지면서 사회적 공분이 일었지만 정작 관련된 이들의 자세는 소극적, 미온적이었다. 경찰과 지자체, 학교 등 일차적 책임을 져야할 곳들은 제대로 된 입장발표도 없이 시간만 보내고 있다. 위기 청소년 보호와 관련된 기관·단체들도 필요한 역할을 하지 못한 것에 대해 자성하는 태도를 보여야 한다. 무엇보다 기관간 연계 등이 원활하지 못해 사건접수후 한차례 면담만 이뤄졌는데도 누구 하나 이를 자책(自責)하는 이가 없다.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으려면 부실 대응의 원인은 꼭 밝혀야 한다.

학생전문상담시설인 Wee클래스가 당시 피해학생들에 대한 조사를 시작했지만 거기까지였다. 기본적인 대면상담 등 실질적 도움은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 이런 내용을 교육당국에 알리지도 않았다. 외부기관들과의 만남을 거부해 손을 쓸 수 없었다면 당연히 학교에서 접근했어야 한다. 가해자와의 분리도 보다 종합적인 판단에 따라 강력하게 추진됐어야 했다. 약물복용을 할 정도로 정서적으로 불안했다면 긴급한 상황으로 보고 이에 맞는 조치를 했어야 했다. 이제서라도 이런 점들을 다시 설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이 보다 더 아쉬운 것은 충북교육청에서 내놓은 대책이다. 현장에서 바로 적용할 내용이 없을 뿐 아니라 교육시간 확대 등 겉핥기에 그친다. 30%도 안되는 전문상담교사 확보 방안이나 후속조치 미흡에 대한 우려로 60% 이상의 교사가 망설이는 학대의심 신고 활성화 등은 검토한 흔적조차 없다. 학교에서 가능한 위기 학생 조치에 대한 진단이나 평가도 없다. 실제 이런 조치들이 잘 시행되는지, 효과가 있는 지 확인하고 보완해야 할텐데 그런 얘기는 어디에도 없다. 이러니 재발방지는 기대할 수 조차 없다.

학생 보호의 일선에 있는 교사들의 상황도 우려스럽다. 학생들과 부딪히며 지도해야 할 교사들이 교권침해나 스트레스 등에 적잖이 노출돼 있어서다. 올들어 충북 교권보호지원센터를 찾은 교사수가 하루 1명꼴이 넘는다. 건수로는 한달에 100건을 웃돈다. 심리상담, 심리치료 등으로 학교폭력을 비롯해 학부모 민원상담, 학생지도 등 업무에 지치고 힘이 부치는 것이다. 자기 앞가림하기에도 벅찬 교사로는 제대로 된 학생지도가 이뤄지기 어렵다. 학생 보호에 학교가 앞장서려면 교사들에게 지워진 짐부터 덜어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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