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정구철 충북북부본부장

[중부매일 정구철 기자]지방자치단체의 재정 및 회계에 관한 기본원칙을 정한 지방재정법은 지방재정의 건전하고 투명한 운용과 자율성 보장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자율성이 보장되는 만큼, 그에 따른 책임도 담보돼야 한다.

비효율적인 예산 운용에 따른 혈세 낭비와 도덕적 해이 등을 막기 위해서다.

하지만 선출직 자치단체장이 이끌고 있는 자치단체와, 선출직 의원들로 구성된 지방의회가 선거를 앞두고 의기투합해 비효율적인 재정 운용으로 혈세를 낭비하는 일이 허다하다.

최근 충주시의 비효율적인 예산 운용이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시는 금가면 월상리에 위치한 숯가마공장의 매연과 분진 등에 대한 민원 해소를 위해 이곳에 가족공원을 조성키로 하고 지난해 26억원을 들여 숯가마공장과 부지를 매입했다.

이 계획은 지난 2019년 조길형 충주시장이 금가면을 순방했을 당시 마을 이장의 건의에 따라 추진됐다.

시는 지난해 충주첨단산업단지 인근 주민들이 T업체에 대해 악취민원을 제기하자 민원 해소를 이유로 이 업체의 건물과 부지를 49억원에 매입하고 영업보상비와 이전비 9억여원도 추가로 보상했다.

또 서충주신도시 일부 주민들이 기업도시 인근에 위치한 B농장에 대해 악취민원을 제기하자 역시 민원 해소를 이유로 이 농장을 사들여 이곳에 총 667억원이 투입되는 법현산업단지 조성을 추진키로 했다.

이처럼 시가 민원이 제기되는 시설물에 대해 명확한 잣대나 기준조차 없이 계속 사들이면서 재정 운용의 적절성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다.

이같은 일련의 일들은 향후 바람직하지 않은 지방재정 운용의 선례로 남을 것으로 보인다.

시는 최근 호암근린공원 일대에 '시민의 숲' 조성을 추진하면서 부족한 사업비 충당을 위해 무려 220억원이나 되는 지방채를 발행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코로나19로 인해 충주시의 올해 각종 사업예산이 크게 줄어든 형편임을 감안할 때 빚까지 내서 공원을 조성하려는 것이다.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무리한 사업 추진이다.

재정자립도 18.2%에 불과한 충주시가 이처럼 비효율적이고 불합리하게 재정을 운용하고 있지만 정작 더 큰 문제는 어느 누구도 제동을 걸지 않고 있는다는 점이다.

충주시가 이처럼 일방통행을 하는 배경에는 무기력한 충주시의회가 있다.

집행부에 대한 감시와 견제에 나서야 할 시의회는 오히려 번번이 예산 승인을 통해 집행부의 무리한 예산 사용에 대해 명분만 만들어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지방선거를 1년여 앞둔 시점에서 시의원들이 지역구의 표심 챙기기에만 몰두하다 보니 집행부에 대한 감시와 견제는 뒷전이다.

선거가 임박하면서 선출직인 자치단체장과 시의원들이 함께 북치고 장단을 맞추는 모양새다.

정구철 충북북부본부장
정구철 충북북부본부장

시민들의 비난 여론은 안중에도 없다.

지방의회가 집행부와 '좋은 게 좋다는 식'의 관계를 유지하며 거수기 역할만 한다면 존재이유가 없다.

지방자치단체와 지방의회가 서로의 역할에 대한 균형을 유지할 때 비로소 바람직한 지방자치가 이뤄질 수 있다.

저작권자 © 중부매일 - 충청권 대표 뉴스 플랫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