삐용씨 "'해줄 수 있니'라고 물어봐 줄 때" 의견에 다수 공감
임용환 청장 "더 좋은 건 '내가 해줄게'" 화답

충북경찰청 90년대생 직원을 대상으로 진행된 '오픈 채팅방 익명 토론회'. /충북경찰청 제공
충북경찰청 90년대생 직원을 대상으로 진행된 '오픈 채팅방 익명 토론회'. /충북경찰청 제공

[중부매일 신동빈 기자] "'해줘' 아니라 '해줄 수 있니'라고 물어봐 줄 때"

충북경찰청 소속 경찰관 삐용씨는 '선배들이 젊은 세대를 잘 이해해준다고 느낄 때가 언제냐'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삐용씨의 솔직한 답변이 채팅창을 수놓자 파란 배경화면처럼 꽁꽁 얼어있던 온라인 토론장에는 공감의 답글이 쏟아졌다. 나무씨는 "해라·해줘와 해줄 수 있니는 천지차이"라며 맞장구를 쳤고, 물고기씨는 "저희 팀장님을 보는 것 같다"며 우회적으로 선배칭찬을 했다. 다수의 경찰관들도 '공감한다'는 의견을 전했다.

충북경찰 수장이 함께 있는 방이었지만, 익명으로 진행된 토론회는 뜨거웠다. 대화를 지켜보던 임용환 청장은 "해줘와 해줄 수 있니, 많이 다르게 느껴진다"며 "해줄 수 있니보다 더 좋은 건 내가 해줄게 아닌가?? ㅋㅋ"라고 쓰며 화답했다.

지난달 15일 충북경찰청이 90년대생 직원들을 대상으로 한 '오픈 채팅방 익명 토론회'에서는 세대 차이 극복을 위한 다양한 이야기가 오갔다. 후배를 배려하는 대화법 뿐 만 아니라, 연가나 육아 등 내부제도에 대한 의견도 활발하게 개진됐다. 특히 연가 등을 쓸 때 사유를 물어보는 선배에 대한 지적이 많았다.

라면먹는제이지씨는 "그냥 쉬고 싶어서 (연가) 쓸때도 있는데, 그렇게 말하기 뭐해서 사유를 만든다"고 했다. 하하씨는 "집에 무슨일 있어? 등 사유를 물어보면 난감하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11씨는 "어떤 일이 있어야 연가를 쓴다는 마인드가 세대차이"라고 일침을 놨다.

이에 임 청장은 "눈치 안보고 휴가·유연근무·육아시간 쓸 수 있는 분위기가 중요하다"며 인식개선을 약속했다.

충북청이 이런 토론회를 개최한 이유는 세대간 인식 격차가 크기 때문이다. 최근 충북청이 직원 237명을 대상으로 진행된 세대차이 관련 설문조사에서 86.9%(206명)가 '세대차이를 경험했다'고 응답했다. 주된 이유는 ▷사고방식 차이(58건) ▷대화·관심사 차이(53건) ▷업무 방식 차이(39건) ▷회식·식사문화 차이(25건) 등이다.

양완모 충북청 기획예산계장은 "설문조사 결과를 공유, 세대 간 공감을 높이기 위해 노력할 예정"이라며 "앞으로도 구성원들의 진솔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도록, 익명 채팅방을 적극 활용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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