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이완종 사회·경제부

"40년간 자리를 지켜왔지만 이제 시장이라고 불리기에는 민망할 정도죠." 과거 서부지역 대표 유통상권이었던 '청주 복대시장'에서 만난 한 상인의 첫 마디였다.

'폐허처럼 변했다'는 제보를 받고 찾아간 복대시장의 모습은 상상 이상이었다. 이곳은 멀리서 한눈에 보기에도 '시장'으로 불리기 무색해질 만큼 노후돼 있었기 때문이다.

여기에 오래된 건물들 사이에서 방치된 기간을 알 수 없을 정도로 오래된 쓰레기들이 가득했다. 특히 불과 50m 남짓의 위치한 사직대로변의 고층빌딩 숲 속에서 이곳은 이질감이 느껴졌다.

복대시장이 지금의 상황에 이르게된 것은 '복대시장 재개발사업'이 논의되면서다. 사업은 본 궤도에 올라갔으나 토지주들 사이에서 찬성과 반대로 나뉘어 지난 10여년간 소모적 논쟁을 지속했고, 지난달 끝내 계획이 취소됐다.

그러나 이후 떠나간 시장상인들은 돌아오지 않았고 '재개발 대상'으로 수년간 방치됐던 만큼 시장으로의 기능은 퇴색됐다. 결국 현재 150여곳의 상가중 손에 꼽을 정도만 정상운영중이다.

가장 큰 문제는 사람들의 발길이 끊기면서 '우범화'에 대한 우려다. 이미 수년전부터 일부 빈 상가는 비행청소년들의 아지트로 이용되고 있다. 여기에 외국인 근로자들 역시 자연스럽게 이 일대로 모이면서 밤 시간이되면 인근 주민들은 외출을 피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완종 사회·경제부
이완종 사회·경제부

이에 따라 경찰에서도 복대시장 인근에 대해 지속적인 관리를 하고 있다. 그럼에도 이곳의 슬럼화는 가속되고 있다. 남아있는 상인들 마저도 당장이라도 떠날 준비를 하고 있기 대문이다.

이렇듯 지금 이 시간에도 청주 복대시장의 슬럼화는 진행중이다. 이미 오래전에 시장의 기능을 잃었고 이제는 우범 지역으로 보고 있는 형국이다. 수 십년간 방치해온 만큼 '청주'라는 지역의 이미지를 위해서라도 먼저 환경 개선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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