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김홍민 서울취재본부장

요즘 이시종 충북지사를 보면 안쓰럽기까지 하다. 출마한 8번의 선거에서 모두 승리하며 '8전8승'의 신화를 쓴 그가 도백 임기 1년을 남겨두고 힘에 부치는 인상이 짙다.

이 지사는 충청권 메가시티의 핵심사업인 충청권광역철도망 구축과 관련, 청주도심 통과노선의 반영을 위해 앞장서서 동분서주했다. 매년 국비확보의 신기록을 세우고, SK하이닉스 반도체 공장 추가 유치와 충북선철도 고속화 사업의 예비타당성조사 면제, 차세대 방사광가속기의 청주 오창 유치에 이어 청주도심 통과노선으로 내년 퇴임을 앞두고 유종의 미를 거두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그의 청와대, 국회, 행정부 방문에 여당 초선의원 1~2명만 함께 한 경우가 많았고, 애초 청주도심 교통망으로 트램에 무게를 뒀던 청주시는 미온적이었다. 게다가 1년 후면 무관의 야인이 될 가능성이 큰 그에게 여권의 반응은 겉과 속이 달라 보였다. 면전에서는 설명과 요청을 경청하는 듯 했지만, 뒤돌아서는 불가입장을 고수했다.

이번 사업의 중요성에 공감한 시민사회단체와 경제계, 교육계가 동참했지만, 지난 4월 22일 공개된 제4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2021∼2030년) 초안에서 충청권 광역철도망의 청주도심 통과 노선이 빠지면서 '충북 패싱'을 눈앞에 두고 있는 실정이다. 관련한 국민청원도 정부·청와대의 답변요건인 20만명에 훨씬 못 미쳤다.

그래도 이 지사는 지난달 31일 도 확대간부회의에서 "(종료된)국민청원이 6만5천50명으로 마감됐는데 다른 비슷한 청원과 비교했을 때 적지 않은 숫자인 만큼 자랑스럽게 생각해도 좋다"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라는 말이 있듯이 그동안 여러 사업에서 불가능할 것이란 예상에도 불굴의 의지로 성과를 달성했던 것만큼 이번에도 끝까지 최선을 다하겠다는 각오로 들린다.

청주도심 통과 노선은 유치 활동 초반 주민들의 관심을 받지 못했지만 지금은 지역의 최대 이슈 중 하나로 부상했다. 1년 앞으로 다가온 내년 지방선거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청주도심 노선이 국가계획에 포함되지 않을 경우 여야 모두 심판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여당은 '반영되지도 않을 사안을 마치 될 것처럼 호들갑 떨었다'는 지적과 함께 초반 충북도와 청주시의 엇박자 행보가 도마 위에 오를 수 있다. 야당은 지역현안 해결을 위해 당을 초월한 협력에 나서야 했지만 '강 건너 불구경' 하면서 속으로는 '안 되길 바란 게 아닌가'하는 의심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다.

김홍민 서울취재본부장
김홍민 서울취재본부장

조만간 철도산업위원회 회의가 열린다. 제4차 국가철도망구축계획이 이달 말 확정·고시되기 전 마지막 절차다. 여야 모두 단합해 회의안건에 청주도심 노선이 포함되도록 노력해주길 바란다.

지역현안을 외면한 정당은 지역주민의 선택을 받을 수 없다. 아울러 끝까지 최선을 다하려는 이 지사를 응원한다. 퇴임이후에도 건강을 유지하며 새로운 도전에 나서길 기대한다. 이 지사는 충북의 큰 자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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