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신동빈 사회경제부 차장

청주에서 여중생 2명이 몸을 던졌다. 이들은 생명을 다하면서까지 밝히고 싶었던 진실은 의붓아버지가 자신의 친구에게 저지른 성폭력 범죄다.

여중생 2명의 고귀한 목숨값을 받아든 경찰과 검찰은 10여일 만에 의붓아버지를 구속시킨다. 수개월간 하지 못했던 강제수사는 아이들이 죽고 난 후에야 가능하게 됐다.

공군 부사관인 여중사도 수개월간 외로운 싸움을 하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여중사는 선임에게 당한 성폭력 사실을 부대에 알렸다. 그러나 그에게 돌아온 것은 치밀하고 계획적인 2차가해 뿐이었다. 사건 은폐를 최종목표로 정한 해당부대는 갖은 방법을 동원해 여중사를 압박했다. 결국 피해자인 여중사가 쫓겨나다시피 타부대로 전출됐지만 괴롭힘은 끝나지 않았다. 입에서 입으로 옮겨진 여중사의 성폭력 피해사실은 '별것도 아닌 일로 부대를 들쑤신 사건'으로 둔갑했다. 견디다 못한 여중사는 결국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군은 여중사의 목숨값을 받은 이후에야 움직였다. 가해자로 지목된 선임 중사는 구속됐고, 지휘라인에 있는 간부들이 수사선상에 올랐다. 또 사건은폐 의혹을 밝히기 위한 압수수색도 대대적으로 이뤄졌다.

두 사건 모두 피해자 보호가 최우선 되는 미성년 대상 성폭력 또는 조직 내 성폭력 사건이다. 하지만 피해자 보호를 위한 사회적 시스템이 온전히 작동하지 않았다. 사각지대에 놓인 혹은 몰린 피해자들은 억울함을 증명하기 위한 대가로 목숨을 내놓았다.

신동빈 사회부 기자
신동빈 사회경제부 차장

우리사회는 이미 '미투'라는 사회적 현상을 통해 성폭력 사건의 심각성을 마주했다. 수년 혹은 수십년간 내뱉지 못한 범죄사실을 털어놓은 여성들은 가해남성의 처벌을 요구했다. 피해여성들의 용기 있는 행동에 여론은 들끓었고 각계에서는 제도개선을 약속했다. 그렇게 바뀐 성폭력 사건 대응 체계는 다시 피해여성들을 제도 사각지대로 내모는 허점을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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