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김석민 충북법무사회장

조(趙)나라 무령왕이 미쳤나 보다. 호복(胡服)을 입으라고 명을 내렸다. 오랑캐의 옷을 입고 조회를 하다니 천하의 비웃음을 살 것인데 왕이 미친 게 분명하다. 오랑캐가 중원을 본받는 게 정상인데 오히려 오랑캐에게 배우려 하니 몇 번을 반대했으나 오히려 왕의 숙부인 공자 성에게 호복을 보내 놓고 입으라고 협박까지 한다.

그럼 무령왕은 온갖 반대를 물리치고 왜 오랑캐의 옷을 입으라고 했을까? 북방의 오랑캐 호족(胡族)은 말을 타고 중원을 침략했지만 중원은 전차를 선호했을 뿐 말을 타지 않았다. 그러나 기마병(騎馬兵)의 장점은 놀라웠다. 전차는 약속된 한 방향으로만 회전할 수 있으나 기병은 상황에 맞게 좌우로 움직였고, 정찰 범위가 넓어지는 것은 물론 작전 유연성이 커져 전략 선택은 천지차이였다. 그러나 문제는 귀족들의 보수성이었다. 그들은 마부가 모는 전차에 서서 활을 쏘고 군을 지휘하고자 했다. 무엇보다 우스꽝스러운 오랑캐의 옷(바지)을 입고 말을 타는 것은 체통이 떨어지는 일이었다. 그러나 무령왕은 스스로 호복을 입고 기마군을 창설한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보수의 약진이 눈에 띈다. 그 소란의 중심에 국민의 힘 당 대표 후보 이준석도 있다. 이 약진의 이유는 보수의 변화에서 시작한다. 그동안 보수의 정치인은 묵언수행을 좌우명으로 삼은 듯했다. 그러나 오래된 룰(law)을 깨고 있는 보수의 정치인 이준석에게 여론은 지지를 보내고 있다.

보수가 말(言)을 시작했다는 것만으로도 여론이 약진한다. 이 약진을 이끌어 낸 말(言)이란 정치인에게 어떤 의미일까? 정치인은 상대와 대중을 설득하여 자기의 가치(길)로 이끄는 존재들이다. 정치인은 진보든 보수든 비전과 가치를 제시하고 말(言)과 글(書)로 대중을 설득하여야 함에도 그동안 보수 정치인들은 꿀 먹은 벙어리였다. 그러니 도대체 어떤 생각인지, 어떤 길로 이끌고 가자는 것인지 짐작할 길조차 없었다. 오로지 진보를 반대하는 것을 금과옥조로 삼는 것으로 보였을 뿐이다.

전국시대 조나라가 오랑캐의 옷을 입고 말을 타자 일어난 변화로 전국시대 4대 명장 중 염파와 이목이라는 2명의 장군을 배출한다. 기마군을 중심으로 전국시대 최고의 소수 정예의 군대를 만들게 되고, 기동성을 갖춘 전략의 변화를 기반으로 조나라는 전국시대 누구도 넘볼 수 없는 나라가 되었다. 이런 발전적이면서 획기적인 변화가 오늘의 정치에 필요한 때가 되었다.

김석민 충북법무사회 회장<br>
김석민 충북법무사회 회장

이제 조직관리만 하면서 지지자들에게 지지를 호소하는 말만 하는 플러스(plus)는 없고 마이너스(minus)만 기록하는 정치는 이제 물러나야 한다. 정치인이 말(言)을 타기 위해서는 국정 현안은 물론 국민들의 관심사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가질 수밖에 없고, 귀족의 옷을 버리고 대중(오랑캐)의 옷을 입을 수밖에 없다. 이제 보수 정치인도 마부가 끄는 전차에서 내려 대중의 옷을 입고 현안에 대한 말을 하는 정치가 필요하다. 그래야 진보와 균형을 이루고 한국 정치는 긍정적 발전을 하게 될 것이다. 무령왕은 말한다. "세상을 능가하는 명성이 있자면 속습을 버린다는 오명이 따르오. 그러나 나 무령왕은 오랑캐의 옷을 입고 말(言)을 타고자 하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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