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아직 피어보지도 못한 청춘(靑春) 2명이 동반으로 극단적 선택을 한 오창 여중생 투신사건이 우리의 관심 밖으로 밀려나고 있다. 같은 사건의 재발방지를 위한 대책은커녕 제대로 된 진상규명도 안되고 있다. 피의자인 계부가 구속됐지만 범죄에 대한 처벌보다 이런 상황을 초래한 제도적 허점과 우리의 무관심·방심(放心)이 더 문제다. 위기 청소년의 보호 시스템에 구조적 한계가 드러났는데도 이를 따지는 목소리조차 들리지 않는다. 개선은 고사하고 문제점에 대한 진단도 온전히 안되니 묻혀버리는 것은 시간문제다.

사건 접수후 석달이 지나서야 가해자가 구속된 점부터 개선이 필요하다. 아동학대와 성범죄가 의심되는 상황에서 영장이 미뤄진 것도 잘못이지만 이럴 때 피해자가 겪을 불안과 위기감을 덜어 줄 보호장치가 없었다. 그나마 전문기관 면담 등을 통해 안전조치가 취해지면 다행이지만 안될 경우도 생각하고 대비해야 한다. 힘들게 신고를 했는데도 아무런 조치가 이뤄지지 않는 상황에서 이들이 겪었을 심리적 고통은 헤아리기조차 어렵다. 이런 일들이 반복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이번 사건에서 우리가 새겨야 할 점이다.

지금의 위기 청소년 보호 시스템에는 조속한 사건 처리, 위기상황의 공유와 대처 등이 빠졌다. 사건을 다루는데 경찰수사 의뢰는 최종 단계이어야 하는데 중간이 생략됐다. 피해자가 전문기관 상담을 거부했다면 그 이유를 파악·확인하고 상황을 면밀히 살펴봤어야 했다. 가정에서 벗어나기 어려운 미성년자의 분리조치 결정을 본인에게 전적으로 맡겨서는 안된다. 여러 분야의 전문가가 함께 판단하고 결정할 수 있는 보완책이 요구된다. 상대가 내민 손을 잡는 것으로는 도움이 부족해 보이면 더 바짝 다가서야 한다.

이처럼 당장 눈에 보이는 것들만 봐도 이번 오창 여중생 사건은 간단히 처리할 사안이 아니다. 우리사회가 함께 고민하고, 해결해야 할 사회적 과제인 셈이다. 그런데 현실은 전혀 그렇지 못하다. 투신 배경 등 사건의 내용이 알려지면서 피의자는 물론 수사기관에 대한 비난이 쏟아졌지만, 그때, 거기까지 뿐이었다. 한강 의대생 사망사건, 공군 여중사 성추행 사건 등 비슷한 시기에 벌어진 대형 이슈에 묻혀버린 꼴이 됐다. 이번 기회에 반드시 개선·보완해야 할 근본적인 것들도 제대로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다.

이번 사건 피의자를 엄벌에 처해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이 지지부진한 모양새다. 아직 시간이 남았지만 동의가 적어 공식답변을 얻기에 부족하다고 한다. 이에 지역에서는 청원동의 독려에 나섰다. 이번 피해자가 학생이고, 청소년들의 극단적 선택이 대부분 학교와 관계가 있기에 교육기관의 적극적이고 적절한 대책은 반드시 필요하다. 그러나 이번 사건에 대한 충북교육청의 자세는 당사자의 그것이 아니다. 이런 제도적인 것부터 교사의 다른 부담을 줄여 학생지도에 더 힘쓸 수 있게 하는 것까지 손봐야 할 것들이 너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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