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세상] 김종업

6월입니다. 호국 보훈의 달이기도 하고, 이 글을 쓰는 오늘은 현충일입니다. 나라를 위해 몸을 버리고 영혼만 남아있는 분들을 위로하는 날이기도 합니다. 인생의 복이 넘치면 흔히 쓰는 말, 전생에 나라를 구했나 보다 하는 말의 속 뜻이 무엇인지 한번 되새겨 볼까 합니다.

하늘에 제사를 지내는 문화, 동이족이라 불리는 우리의 오랜 역사입니다. 부여, 고구려, 옥저, 동예…. 하늘제사를 지내는 날의 축제문화를 여러 이름으로 불렸습니다, 영고, 무천, 동맹 등으로 불렸죠. 신라는 신궁제사, 고려는 팔관회라는 제천의식을 행하였습니다. 이 모든 하늘제사는 하늘로부터 선택받은 천손족만이 행하는 의식입니다. 이것이 중국으로 가서는 황제만이 천제를 지냈고 지방의 왕들은 조상이나 땅의 신에게만 제사를 지내도록 하는 문화로 변질되어 갔습니다.

조선시대 마찬가지였습니다. 황제가 아닌 왕이었기에 조상과 곡식의 신에게만 제사를 지내도록 하였기에 지금의 종묘와 사직이 그 제단인 것입니다. 그래서 조선 말 고종이 대한 제국을 선포하고 스스로를 황제라 칭한 다음에 처음 한 일이 하늘에 제사를 지내는 원구단을 만들어 천제를 올린 일입니다. 지금의 조선호텔 근처에 가 보면 그 역사적 흔적을 볼 수 있습니다. 나는 황제이므로 하늘에 제사를 지내는 천손이다. 더 이상 중국의 속국으로서 왕 처신을 하지 않는다는 의지의 표현이었죠.

이전의 왕들은 안 그랬습니다. 조상신을 모신 곳이 종묘이고 곡식의 신을 모신곳이 사직단이거든요. 여기서 우리 선조들의 죽음 이후 세게에 대한 철학이 보여집니다. 즉 이 땅의 모든 자연 운행질서는 하늘이 정하고, 인간의 길흉화복은 조상이 정한다는 사상입니다. 그래서 잘 되면 내 탓이고 못되면 조상탓이란 속담도 생겨나죠. 유교문화의 충효사상 역시 여기에 뿌리를 두고 있습니다. 당파 싸움의 원인 중 하나인 장례일을 5일로 하느냐 7일로 하느냐는 사후 세계에 대한 진리싸움이었거든요. 즉 영혼이 하늘로 가느냐 아님 귀신이 되어 해코지 하느냐에 대한 지혜의 싸움, 이것이 제례에 대한 진리의 투쟁으로 변질된 것입니다.

숭고하게 죽은 영혼은 신이 되고 억울하게 죽은 영혼은 귀신이 된다는 논리는 일본에서 아직도 유효합니다. 일본의 야스쿠니 신사는 나라를 위해 죽으면 하늘과 하나되는 신이 되므로 그 신들을 모시는 장소를 만들어 놓은 것이죠. 우리가 지금의 상식으로 이해가 안 되는 것이 전쟁중 자살 특공대인데, 이 사후세계의 개념을 이해하면 가미가제 특공대의 믿음을 알 수 있습니다. 국화와 칼로 대표되는 그들의 민족성이 사실은 사후세계의 믿음으로부터 유래되었다는 불편한 진실을 말이죠.

우리 문화속에 남아있는 조상에 대한 제사역시 사후 세계에 대한 지혜가 현실속에 남아있는 경우입니다. 통상 3대조까지 제사를 모시고 그 이상은 묘사라 하여 한꺼번에 통합해서 모십니다. 그 이유는 저승에 간 신입 영혼은 후손의 강력한 염원이 있어야 저승계에서 잘 적응할 수 있고, 기존에 와 있던 영혼들은 한칸식 천상으로 승진한다는 논리입니다,

김종업 기(氣)박사·한국정신과학학회 상임이사
김종업 기(氣)박사·한국정신과학학회 상임이사

마치 군대에서 신입이 들어오면 고참병장이 제대하는 밀어내기식에 비유가 됩니다. 어쨌든 호국 영령들이란 용어는 나라를 위해 숨지면 숭고한 영혼이 되어 자신이 지키고자 한 땅과 사람들의 보호령이 된다, 그래서 우리는 그들을 기리고 고마워해야 한다는 것이 현충일의 국가적 제사인 것입니다. 소위 말하는 조선시대 종묘제례의 현대판이죠.

호국 보훈의 달에 어떻게 죽을 것인가를 숙고해 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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