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뜨락] 김경구 아동문학가

6월이지만 한여름처럼 덥다. 실내에선 선풍기나 에어컨을 틀어야 한다.

실내에 어쩔 수 없이 오래 있거나 말을 할 경우가 있다. 이럴 때 준비하는 것이 하나 있다. 바로 스카프다. 스카프는 더운 날 얼굴의 목과 땀을 닦는 용도에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엘리자베스 1세 여왕이 햇볕에 피부가 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두른 것을 시작으로 패션아이템으로 대중화되었다고 한다. 지금은 다양한 재질의 스카프와 종류도 늘어나고 매는 법도 다양하다. 스카프는 크기에 따라 종류가 다르다.

직사각형 형태로 만들어진 롱 스카프, 목에다 메기도 하고 가방이나 핸드백에 포인트로 사용한다는 방도스카프, 큰 손수건을 펴놓은 정도로 목에 매면 딱 맞는 정도의 쁘띠 스카프이다. 이 중에서 내가 거의 매는 것은 쁘띠 스카프다.

나는 목이 약한 편이다. 말을 많이 하면 금방 목이 쉬고 답답하다. 그래서 목에 좋다는 도라지청을 달고 살고, 목캔디 같은 것도 꼭 준비해 놓곤 한다.

이런 내게 목을 보호하는 데는 스카프가 최고다.

에어컨 바람을 많이 맞아야 하는 실내에 있을 때에는 꼭 스카프를 준비한다.

여름뿐만이 아니다. 추운 겨울은 기본이요. 봄, 가을도 늘 함께 한다. 그래서 옷보다도 스카프에 더 관심이 많다. 그렇다고 비싼 스카프에 눈독을 들이는 건 아니다.

내가 갖고 있는 비싼 스카프라곤 20년 전 선물로 받은 것 하나밖에 없다. 나야 메이커도 모르니 비싼 것을 준들 알 수도 없다. 이런 사실을 눈치 챈 지인이 슬쩍 귀띔을 해주어 알 수 있었다.

나도 싼 것을 좋아하는 걸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그렇지 않았으면 돈이 꽤나 많이 들었을 테니 말이다. 스카프 디자인은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캐릭터 같은 것을 좋아한다. 멋스러운 그림이나 모양은 싫다. 크기도 손수건보다 조금 큰 것이면 된다. 목에 딱 감아 질끈 묶으면 그만이다. 한 겨울 추울 때 칭칭 동여맨 것을 제외하곤 말이다.

스카프를 매는 방법은 50가지가 넘는다고 한다. 근데 나는 달랑 두 가지다. 한겨울에 하는 긴 스카프 매는 것과 손수건만 한 것 매는 것이다. 긴 스카프는 그냥 둘둘 둘러 질끈 묶고, 손수건만 한 것은 두 번 그냥 묶는 것이다.

내가 스카프 타령을 하니 돈을 많이 쓰는 줄 알지만 절대 아니다. 내가 원하는 가격은 딱 2~3천원 선이다. 이 2~3천원 스카프는 주로 묶음으로 많이 판다. 그래서 어쩌다 보니 스카프 개수가 많아졌다.

올 봄에도 마트에 갔다가 스카프만 모여 놓고 싸게 팔고 있는 게 눈에 들어왔다. 난 자석에 이끌리듯 스카프 쪽으로 다가가 4장을 사고 말았다. 아내는 어쩔 수 없다는 표정으로 더 사도된다는 눈길을 주었지만... 4장을 한방에 구입이라니. 횡재한 하루였다.

고 녀석들이 어찌나 귀여운지 한꺼번에 3장을 산 적은 있지만 4장은 처음이었다. 동그랗게 눈을 뜬 부엉이, 보드를 타는 고양이, 꽃밭을 달리는 너구리, 토끼와 사슴이 숲속을 노는 모습의 스카프였다. 색깔도 쑥색, 빨간색, 하늘색, 파랑색으로 참 예뻤다. 너무 좋아서 아끼다 보니 부엉이 스카프만 사용했다. 나머지 3장은 옷걸이 옆에다 놓고 늘 눈 맞춤만 하고 있다.

김경구 아동문학가
김경구 아동문학가

아내는 이런 내가 도통 이해가 안 되는 모양이다.

그래도 지나가다가 싼 스카프를 파는 가게를 발견하면 아내는 나에게 눈짓을 보낸다. 그건 싸고 괜찮다면 사줄 수 있다는 신호다. 나는 속으로 '앗싸라비오!'를 외치며 모르는 척 천천히 가게 안으로 발길을 옮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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