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눈] 염우 풀꿈환경재단 상임이사

환경의 날 즈음에 충북지속가능발전협회는 '탄소중립 충북'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포럼을 개최했다. 포럼은 1부 기후재난 대응방향, 2부 탄소중립 추진방향으로 구성됐다. 의미 있는 발표와 토론들이 펼쳐졌다. 특히 뇌리에 와서 꽂힌 내용은 김광훈 기후위기비상행동 집행위원장의 '광주광역시의 탄소중립 민관협력사례'에 관한 발표였다. 포럼 진행을 맡았던 필자는 '광주는 민주화의 성지이지만, 청주는 환경운동의 중심지를 꿈꿔왔노라' 허세를 좀 부렸다. 하지만 광주가 펼쳐온 탄소중립 이야기를 들으며 부럽고 부끄러워졌다는 진심을 전했다.

광주의 탄소중립 이야기는 세 가지 측면에서 매우 인상적이었다. 첫째는 시민사회가 앞서서 기후위기 비상행동을 주도하고 광주시가 이를 반영하여 탄소중립 도시를 추진하고 있다는 점이다. 둘째는 중앙정부가 선언하기 전인 지난해 7월 광주시는 자체적으로 탄소중립도시를 선언하였다는 점이다. 서울시도 지난해 6월 탄소중립 선언을 하였지만, 수도권 외의 지방 도시로서는 쉽지 않은 결단이었다. 셋째 정부는 탄소중립 목표연도를 2050년으로 설정하였지만 광주는 2045년으로 당겨서 설정하였다는 점이다. IPCC의 '지구온난화 1.5도 특별보고서'가 제시한 목표연도는 2050년이다. 추가하자면, 처음부터 지금까지 이러한 전 과정은 시민사회와 광주시, 지역사회가 함께 협력과 협업으로 추진해 오고 있다는 점이다.

12년 전 청주의 모습도 그랬다. 녹색성장 국가비전을 선포하자 지자체들은 앞을 다투어 녹색성장정책을 추진하고 나섰다. 청주시도 정부의 정책지원을 선점할 목적으로 녹색성장 세미나를 개최했다. 시민사회에 협력과 지원을 요청하였고, 시민사회는 조건으로 몇 가지 원칙과 방향을 제시했다. 녹색성장에서 '성장'이라는 표현을 빼기로 했다. 녹색도시가 아니라 '녹색도시를 선도하는 수범도시'가 되는 것으로 목표를 정하였다. 2009년 10월 '녹색도시 전국대회'를 개최하며 '대한민국 녹색수도'를 선언했다. 조례를 제정하고 거버넌스를 정비하고 계획을 수립하고 실천활동을 전개했다. 흐름을 주도한 것은 시민사회였으며, 협력은 민선 4, 5, 6기에 걸쳐 지속됐다. 아쉬운 점은 시대에 조금 앞섰다는 점이었다.

충북도는 지난 4월 탄소중립을 선언했고, 2030년까지 17조3천억원을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청주시는 탄소중립추진단을 구성하고, 5월 말 서울에서 열린 P4G 정상회의에서 국내 243개 지자체가 참여하는 '탄소중립 지방자치 실천연대'와 함께 탄소중립에 동참했다. 하지만 과거의 느낌과도 다르고 광주의 모습과도 다르다. 참여와 협력은 시작 수준이다. 탄소중립은 대통령과 단체장이 선언하고 정부와 지자체가 목표를 정한다고 하여 저절로 달성되는 일이 아니다. 연간 7억톤이 넘는 탄소배출량을 어떻게 0으로 줄일 수 있단 말인가?

염우 풀꿈환경재단 상임이사
염우 풀꿈환경재단 상임이사

온실가스는 밥 먹고 숨만 쉬어도 발생한다. 의식주, 소통과 이동, 생산·유통·소비 등 일상생활과 경제활동의 모든 과정에서 배출된다. 대기업 일부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산업체는 속수무책인 상황이다. 흡수원을 늘이고 포집기술을 개발한들 배출량을 근본적으로 줄이지 않고는 방법이 없다. 따라서 에너지, 산업, 수송, 건물, 농축수산, 자원 등 모든 분야에서 탄소배출을 최소화해야 한다. 생활양식과 경제구조를 통째로 전환하고 새로운 삶을 선택해야 가능하다. 따라서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고 시민들의 참여와 협력을 확보하는 일이 선행돼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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