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라이트월드 조감도
라이트월드 조감도

지난 3년여간 충주지역 최대현안 중 하나였던 라이트월드가 철거를 앞두고 있다. 아직 현장 작업이 남아있지만 대법원까지 가는 소송전과 오랜 시설방치, 비방·폭로 등으로 얼룩진 논란거리가 사라지는 것이다. 2018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번갯불에 콩 볶듯이 이뤄졌던 사업이 숱한 물의와 상처만 남긴 채 끝나게 됐다. 그렇지만 시설이 철거되고 흔적이 없어진다고 해서 마무리가 다 되는 것은 아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는지 그 과정을 꼼꼼히 살펴보고 책임을 물어야 한다. 그래야 같은 잘못이 반복되지 않는다.

충주시로서는 소송에 이어 철거까지 끝나면 하루빨리 손을 털고 싶겠지만 복기(復棋)를 건너뛰어서는 안된다. 그동안 소송에 가려졌던 문제점들을 하나하나 꺼내야 한다. 이를 두고 지나간 일에 얽매이다 보면 앞으로 나갈 수 없다는 지적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더 먼 길을 가고, 더 멀리 내다보려면 지금 마무리를 잘 해야 한다. 민자유치로 포장된 온갖 의혹들이 해소되지 않으면 한걸음도 제대로 나아갈 수 없다. 당장 중원종합휴양레저타운 조성사업이 걸려있다. 민자라서 이번에도 사업추진이 또 안갯속이다.

더구나 무책임한 시정(市政)을 보면 이제 막 걸음을 떼는 사업도 소홀히해서는 안될 이유가 확연해진다. 일이 본궤도에 오르면 이미 늦었다고 봐야 한다. 지적에 귀 닫고, 문제점에 눈 감는 불통의 행정이 거듭됐기에 하는 말이다. 더구나 일이 잘못돼도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 아니 책임을 묻지도 않는다. 2019년 시끄러웠던 동충주역 신설 논란과 충주중원문화재단 관리 부실 등은 무책임의 전형이다. 한전수안보연수원 무단 매입은 또 어떤가. 산단개발 부지매입 등에서도 납득할 수 없는 일들이 끊이지 않았다.

이런 일들의 가장 큰 공통점은 투명하지 못한 의사결정 과정이다. 한마디로 밀실행정이라 할 만 하다. 2천억원이 투입된다는 중원레저타운은 해를 넘겨 추가모집을 통해 예비사업자가 선정됐다. 시작이 불안한데도 시는 진행상황 확인조차 거부한다. 이 정도 사업이라면 주민들은 당연히 상황을 알아야 한다. 시는 이를 보고할 의무가 있다. 업체를 핑계로 비공개할 수밖에 없다는 식이라면 처음부터 책임과는 거리를 두겠다는 얘기다. 행정이 모든 것을 짊어질 수는 없지만 주민 입장에서 확인할 것은 확인해야 한다.

특혜 의혹에도 불구하고 숱한 지적과 반대를 무릅쓰고 무리하게 개장시킨 라이트월드를 반면교사(反面敎師)로 삼아야 한다. 첫 단추를 잘못 끼우면 하나가 남지만 지퍼를 처음에 잘못 채우면 지퍼 전체를 갈아야 한다. 중도에 확인할 수 없는 구조라면 피해가 눈덩이가 될 수밖에 없다. 지금까지 추진한 여러 민자관광사업 중에 실제 이뤄진 것이 전무한데도 밀실행정은 여전하다. 그릇된 싹은 진작에 잘라야 다른 싹이라도 잘 키울 수 있다. 다른 어떤 사업보다 상처가 깊고 상흔이 큰 만큼 라이트월드의 마무리가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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