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이 문학을 만났을 때
미술이 문학을 만났을 때
  • 중부매일
  • 승인 2021.06.24 1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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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뜨락] 이은희 ㈜대원 전무이사·수필가

책 전시를 보러 미술관으로 가는 중이다. 연인들처럼 설레며 돌담길을 걸어 덕수궁으로 들어선다. '미술이 문학을 만났을 때', 지인이 보내준 영상의 제호가 신선하여 마음을 사로잡는다. 화가와 문인의 만남을 비유한, 작가들의 융합 예술이 궁금하여 찾아 나선 길이다. 전시된 작가들의 이름도 낯설지 않다. 무엇보다 관람 공간이 덕수궁 미술관이라 고풍스러운 궁궐도 거닐 수 있어 좋다.

근대기의 아름다운 책을 바라본다. 누렇게 바랜 책의 겉표지는 저자가 손수 그린 그림도 있지만, 대부분 그 시대에 내로라하는 화가가 그린 표지화가 많다. 미술과 문학의 합작품이라 더욱 돋보이는가. 화가는 책 내용을 음미하고 거기에 조응하는 핵심을 산출하느라 골치를 앓았으리라. 어디 그뿐이랴. 저자와 화가, 2인 1조가 되어 장정을 위한 소소한 대화도 오갔으리라. 완성된 책에는 드러나지 않는 둘만의 두터운 정도 배어있으리라 본다.

책에 관한 찬사는 예나 지금이나 드높다. 상허 이태준은 책(冊)을 "인공으로 된 모든 문화물 가운데 꽃이요 천사요 영웅"이라고 표현하였다. 책의 내용도 중요하지만, 책의 얼굴인 표지에 대하여 정현웅은 '장정의 변'에서 "서적의 장정, 그것만으로도 그 나라의 문화 수준의 한 면을 엿볼 수 있지 않을까 한다."라고 장황하게 적는다. 정녕 그 시대의 인쇄술과 출판문화를 한눈에 가늠할 수 있는 전시 공간이다.

관람하는 내내 '상생'이란 단어가 뇌리에 남는다. 너나없이 어렵고 지난한 암흑의 터널을 지나온 작가들이다. 좌절과 포기를 모르고 더불어 함께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작품 앞에서 고개가 절로 숙어진다. 무엇 하나 나무랄 것 없는 시서화에 능한 종합 예술가들이다. 현재의 예술인은 어떠한가를 돌아본다. 글과 그림, 조각 등 한 분야의 전문가일 뿐이다. 예술가들의 '콜라보'를 보기 어려워 아쉬울 따름이다.

필자는 수필집 '결'의 겉표지를 서예가의 붓글씨로 장정한 적이 있다. '결'이란 한 단어에 책 내용을 전부 담아야 하기에 쉽지 않은 작업이다. 꽃과 나무, 인간의 마음결 등 우주 만물의 고유한 결을 한 글자에 담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지역작가인 서예가와 도예가, 연주가와 무용가 등의 카탈로그에 그들의 삶과 작품의 서평을 써준 것도 여러 번이다. 저자의 마음에 흡족하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함께한 작업으로 타 분야의 예술과 작가들을 깊이 알 기회가 되었다.

이은희 수필가·㈜대원 전무이사
이은희 수필가·㈜대원 전무이사

요즘은 책이 홍수처럼 쏟아지는 시대이다. 서점에 깔린 책을 돌아봐도 예전처럼 책 한 권에 정성과 열정을 다한 작가만의 고유한 책을 찾아볼 수가 없다. 누구도 모방할 수 없는 단 한 권의 문화유산으로 남을 저서를 남기면 얼마나 좋으랴. 상허의 말대로 책은 그냥 책이 아니다. 책을 아름다움의 상징물인 꽃으로, 순수 그 자체인 천사이자, 시대의 영웅으로 표현한다. 책은 감정, 정신, 사상의 의복이니, 정녕코 헐벗지 않도록 의복을 챙겨 입어야 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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