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 건설업 A씨 민원 제기 후 해당 업체에서 전화
"연락처 알려주지 않았으면 어떻게 난 줄 아느냐"
사업단 "사실 무근, 현장 업체에서 짐작해서 연락"

[중부매일 박재원 기자] 청주에서 건설업을 하는 A씨는 최근 한국도로공사 측에 공사현장 민원을 제기하자 몇 시간 후 관련 업체로부터 연락을 받았다고 한다.

도로공사에서 당사자끼리 직접 민원을 해결하라는 식이었다고 A씨는 불쾌해했다.

이처럼 한국도로공사에서 휴대전화번호 등 민원인의 개인정보를 유출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9조6천억원을 들여 서울~세종(128.1㎞)을 연결하는 고속도로를 건설하고 있다.

이 중 세종분기점에서 남안성분기점을 연결하는 세종~안성 구간(62㎞)은 한국도로공사 세종안성건설사업단이 맡아 2019년 12월 착공했다.

세종~안성 구간에는 연기나들목과 오송신도시를 연결하는 '오송지선(6.2㎞)'이 포함됐고, 1천748억원을 들여 2024년 6월 개통을 목표로 한다.

해당 구간은 한진중공업이 수주해 일부는 하도급 방식으로 공사를 진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오송지선 공사현장에서 방역수칙과 관련 법 위반, 비산먼지 발생 등을 발견하고 지난 17일 세종안성건설사업단에 민원을 제기했다.

민원 제기 후 2시간이 지나자 A씨는 문제를 제기한 공사현장의 하도급 업체로부터 연락을 받았다. 해당 업체 관계자는 A씨에게 민원을 제기한 의도 등을 물으며 잘 조치하겠다는 식으로 전화를 끊었다.

A씨는 바로 세종안성사업단에 개인정보 유출을 항의했으나 사업단은 모르는 일이라고 부인했다고 전했다.

A씨는 "전화번호 등을 알려주지 않았으면 어떻게 내가 민원을 제기했는지 알겠느냐"며 "사업단에서 문제가 있는지 직접 조사해 달라고 했지, 개인정보를 알려주라고 동의한 적은 없다"고 했다.

세종안성사업단은 민원인 개인정보를 전달한 사실이 없고, 공사현장 업체에서 유추해 전화가 이뤄진 것이라고 했다.

사업단 관계자는 "현장 보조감독에게 민원 내용을 전달하니 관련 업체에서 민원인을 짐작해 연락한 것으로 보인다"며 "A씨가 예전에 비슷한 민원을 제기했고, 현장에 본인의 명함도 줘 자연스럽게 알게 된 것 같다"고 했다.

그러나 A씨는 "비슷한 민원은 매번 같은 사람이 제기하느냐. 업체에서 자신을 특정해 바로 연락할 수 있었던 것은 사업단에서 민원내용과 인적사항을 넘겨준 것으로밖에 볼 수 없다"고 했다.

A씨는 "같은 건설업을 하면서 공익적 제보 사실이 알려지면 업계에서 설 자리가 좁아진다"며 "사업단장 공식사과와 재발방지대책, 관련자 조치 등이 이뤄지지 않으면 노조를 통해 항의집회와 고소까지 하겠다"고 말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2018년 한 시설공단에서 민원인의 연락처 등을 건설업체에 유출한 행위를 적법한 민원처리가 아닌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한 것으로 해석했다.

위원회는 '민원처리에관한법률'과 '개인정보보호법'에 따라 민원제기 사실과 민원 내용, 신상정보 등이 노출되지 않도록 할 의무가 있다면서 해당 시설공단 이사장에게 담당 직원들의 직무교육을 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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