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내년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지선-地選)의 선거일은 6월1일이다. 선출직의 임기 4년을 감안하면 아직 시간이 있고 따라서 변수도 많아 지선에 대한 언급은 시기상조일 수 있다. 하지만 앞으로 채 1년도 남지 않은데다가 일정상 큰 걸림돌이 있어 출마에 뜻을 품은 이들의 마음은 바쁘기만 하다. 내년 3월 대통령선거에 앞서 몇달간은 선거분위기가 살아나기 어려울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런 까닭에 일부는 벌써부터 몸을 풀고 있다는 얘기도 들린다. 아직 먼 일인데도 공직사회가 시끄러운 이유가 여기에 있다.

출마자의 생각과는 달리 일반인들이 보기에 아직 이른 감이 있지만 벌써 내년 지선을 겨냥한 공직사회의 움직임이 시작됐다. 최근 충북도내에서 정년이 몇년 남아있는 고위공직자가 출마를 위해 사직서를 제출했다. 이를 계기로 내년 지선 출마 가능성이 높은 이들의 이름이 거론되고 있다. 모두 남들이 부러워하는 고위직들인데 이 뿐만이 아닐 것이란 얘기가 나돈다. 하반기부터는 공직자들의 하마평이 본격화될 것이란 예상도 있다. 하긴 정치인 출신 등 이미 오래전부터 활동을 하는 이도 있으니 새삼스럽지도 않다.

이들은 대부분 수십년간 공직에서 국가와 지자체, 국민과 지역민들을 위해 일해온 만큼 일단 후한 평가를 받는다. 기본적인 부분들은 검증이 됐다는 점도 한몫한다. 더구나 관료 출신들로서 행정에 대한 이해가 높다. 바로 자리를 맡아도 별 문제없이 지자체를 이끌 수 있다는 얘기다. 그런 까닭에 이들의 행보를 주목하고 기대하는 시선도 많다. 지역연고 또한 분명한 경우가 대다수여서 파급력도 작지않다. 따라서 현 단체장으로서는 껄끄럽기 짝이 없다. 미리 싹을 자르려는 단체장의 횡포도 심심치않게 들린다.

이렇듯 고위공직자의 지선 출마를 긍정적으로 볼 수도 있다. 그러나 그 반대인 상황도 있다. 공직자로서 본업은 뒷전이고 출마를 의식한, 선거를 겨냥한 행보를 펼치는 경우다. 앞서 공직자 출신으로 단체장에 뽑혔던 이들 가운데 지금도 구설수에 오르는 이도 있다. 더 큰 문제는 행정관료의 틀에서 조금도 벗어나지 못하는 경우다. 짜여진 조직을 무난하게 이끌기는 하지만 변화와 발전은 백년하청이다. 주변의 평가도 그렇지만, 본인 스스로 아는 경우도 많다. 그래도 출사표를 품에 안고 시기만 저울질한다.

이처럼 자질이 부족하면 주변 인심을 못얻어 일찌감치 그 밑천이 드러난다. 하지만 출마를 기점으로 다른 모습을 보이며 표심을 뒤흔드는 이들도 있다. 보이는 게 전부가 아닌 것이다. 공직자 출마에 대한 평가는 사례마다 다르지만 개인별로 명암(明暗)은 분명하게 갈린다. 내년이면 전국동시지방선거만 여덟번째다. 이제는 고위공직이란 포장의 밝은 면만으로 유권자를 현혹시킬 수 없다. 그동안의 학습효과도 상당하다. 따라서 성패는 어둠에 있다. 자신의 단점과 약점을 제대로 살펴본 뒤에 출마의 길을 고민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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