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세상] 박현수 ㈔충북생물다양성보전협회

복숭아가 익어가는 계절입니다. 한낮의 더위는 열매를 더욱 자라게 하며 땅에 빈자리 없이 생물들로 가득 채워지고 있습니다. 계절을 따라 진행되는 생명의 신비로움은 아직도 그 원리를 파악할 수 없습니다. 열매를 보면 흐뭇해지는 것처럼 미호천 하류에 기다리던 생명 소식을 전합니다.

금강을 대표하고 특히 미호천의 이름을 딴 미호종개가 세종시 합강에 미호천 하류에서 발견되었습니다. 그동안 미호천 본류에 미호종개의 서식은 불투명한 상태로 몇십 년이 지났는데 새로운 서식이 발견되면서 다시 주목받게 되었습니다.

미호종개는 잉어목 미꾸리과에 속하는 민물고기입니다. 보통 회백색에 미꾸라지처럼 생겼다고 하면 이해가 빠른데 어른들은 기름챙이, 기름쟁이 등으로 불렀습니다. 미호종개는 몸길이가 10㎝ 내외로 주둥이는 길고 뾰족하며 입가에 수염이 3쌍이 있습니다. 사는 곳은 유속이 완만하고, 수심이 얕고, 모래가 깔린 하천의 중류에 주로 서식합니다. 미호종개의 형태는 모래 속을 깊게 파고 들어가서 생활하기에 모래와 미호종개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입니다.

미호종개의 생태적 가치는 한국에서만 서식하는 고유종입니다. 그동안 다른 종개에 물고기로 알고 있다가 1984년 김익수, 손영목 박사가 미호천에서 채집하여 신종으로 발표했습니다. 신종으로 발표되었다는 것은 전 세계에 유일한 종이라는 것이기 합니다. 미호종개는 금강에 따라 갑천이나 지천 등에 분포하지만 우리 지역인 미호천이 대표적인 서식지였습니다. 하지만 미호천은 그동안 폐수와 골재채취 등으로 인해 그 수가 크게 감소했고, 현재는 신종으로 발표한 청주시 오창읍 팔결다리 부근에는 서식하지 않고 있습니다. 그래서 2005년 3월 17일 천연기념물 제454호로 지정되었고, 2012년 5월 31일 멸종위기야생생물 Ⅰ급으로 지정되어 보호받게 되었습니다.

이번 합강에서 발견된 미호종개는 예전부터 서식한 것으로 보입니다. 세종보를 따라서 올라오거나 미호천 중류에 있던 미호종개가 내려가서 서식했다고 보기보단 미호천의 오염되고 훼손되었을 때 다른 서식지는 사라졌지만 이 지점은 서식이 가능했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합강은 상수도 보호지역인 대청댐에서 방류되는 좋은 수질의 금강의 영향으로 미호종개가 서식이 지속적으로 가능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올 초에 미호천에서 발견된 멸종위기야생동물 1급인 흰수마자는 금강의 보에 관련되어 있습니다. 세종보가 열린 후에 2019년에 세종보 주변에 흰수마자가 발견되었습니다. 그 후에 금강의 4대강 보가 열리면서 공주 부근에도 흰수마자 서식지들이 추가로 발견되었습니다. 미호천의 흰수마자는 중류에서 발견되었는데 아마도 세종보를 따라서 올라온 개체로 보입니다. 쉽게 강에 물길이 열리면서 흰수마자가 하천을 따라 이동한 것으로 보입니다. 전반적으론 금강의 보가 열리면서 강의 본래 모습들이 드러나기 때문에 멸종위기 어류들의 서식이 안정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이제 보전에 절실한 시기입니다. 보전에 있어서는 미호종개나 흰수마자는 멸종위기종으로 지정되어 있기 때문에 환경부의 의지가 필요합니다. 특히 환경단체나 일반 시민이 이 두 종을 관찰하기 위해 특정한 목적으로 채집하면 야생동물보호법에 의해 불법행위가 됩니다. 또한 모니터링 역시 환경부의 승인을 받아야만 가능합니다. 따라서 미호종개나 흰수마자의 서식환경이나 개체수를 파악하는 조사를 환경부 담당기관에서 이루어져야 하며 미호종개는 천연기념물이기 때문에 보전에 관련하여 문화재청 소관으로 진행되어야 합니다. 하지만 그동안 백곡천의 미호종개는 두 정부 기관의 무관심으로 방치되어 있습니다. 현재는 첫 번째로 관리해야 하는 지자체에서 멸종위기종의 서식 여부도 모르고 있는 실정입니다.

박현수 숲해설가
박현수 숲해설가

두 생명을 미호천에서 보전하기 위해서는 시민들의 관심이 필요합니다. 보전을 위한 정책 마련을 위해 시민들과 환경단체의 지속적인 요구가 있어야 합니다. 이것이 생명에 대한 당당한 민주주의의 실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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