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뜨락] 김영옥 수필가

'업싸이클 창작 기술 협동조합'은 내가 새롭게 일을 시작한 곳이다. 지금까지 해왔던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을 과감히 정리하고 새로운 인생의 2막을 시작하기로 한 곳이다. 시민단체의 성격을 지니고 있는 이 단체는 예비 사회적기업으로서 요즘 가장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환경에 대해 시민들과 다양하게 환경 보호를 위한 활동을 하고 있는 곳이다. 하루에도 어마어마하게 쏟아져 나오는 쓰레기 문제를 재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하거나 재활용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가 버려지는 물건들에 아이디어와 예술적 디자인을 가미해 새로운 작품으로 탄생시키는 새활용 즉, 업싸이클링 활동을 하고 있는 곳이다. 업싸이클은 자원의 단순한 재활용을 넘어 '새활용'이라는 말로 해석할 수 있다.

농촌이 사라지고 있다. 젊은이들은 모두 도시로 떠나고 연세 드신 어르신들만 남아 마을을 지키고 있다. 농촌은 생기를 잃고 메말라가고 있다.

그런데 도시로 떠났던 청년들이 다시 농촌으로 돌아오기 시작했다는 반가운 소식이 들려왔다. 농촌에 변화와 활력을 불어넣을 '청년 마을 만들기'가 괴산 감물면 '뭐하농 하우스'에서 첫 시작을 알렸다. 다양한 직업을 가진 청년들이 괴산 감물에서 새로운 둥지를 틀고 농촌 생활을 시작한다고 한다. 이들은 낙후되어있던 농촌의 네트워크를 강화하고 농촌이 다시 살아날 수 있도록 농촌과의 상생 협력 체계를 만들어 갈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청년마을 만들기 제 1기 발대식' 에 맞추어 '업싸이클 창작 기술 협동조합'에서 이들을 축해해 주기 위하여 재즈 콘서트를 열기로 했다. 싱그러운 6월의 자연환경 속에서 '청년 농부들과 농촌에서 즐기는 재즈콘서트' 행사이다.

행사에 앞서 업싸이클 창작 기술 협동조합에서는 폐자원을 활용해 만든 원두막을 제작해 마을에 기부하기로 했다.

원두막 제작은 폐목재(폐빠레트)를 활용해 이틀간에 걸쳐 이루어졌다. 먼저 오염되지 않은 폐목재를 고르고, 길이에 맞게 그라인더로 재단을 한 다음 설치단계로 들어간다. 나사 등으로 고정을 하고 굵은 대나무 기둥을 세운 뒤 지붕을 만든다. 지붕 역시 폐자원을 새롭게 활용했다. 게시대에서 며칠 걸려있다 버려질 뻔한 현수막을 활용하여 원두막 길이에 맞게 몇 개를 잘라서 박아 지붕으로 만들었더니 아주 멋진 업싸이클 작품이 탄생된 것이다.

푸른 하늘과 짙어가는 6월의 녹음 속, 원두막에서 바라보는 옥수수밭은 더욱 싱싱하게 빛나보였다. 이 원두막에서 새로운 농촌 생활을 시작하는 청년들과 오랜 삶의 경험을 이들에게 전수해줄 마을의 어르신들이 모여 담소를 즐기는 모습은 상상만 해도 흐뭇하다.

하마터면 매립장이나 소각장으로 가서 쓰레기로 처리될 자원들이 이렇게 새롭고 실용적인 예술작품으로 탄생하는 것이 업싸이클의 무한 매력이다.

나이 예순, 숨차게 여기까지 달려왔고 이제 내 인생도 업싸이클의 단계에 와 있다. 지금까지 잘 사용한 내 몸과 마음속, 버릴 것과 재활용할 것을 구분하고 한 단계 업그레이드하여 버릴 것에 새로운 꿈과 희망을 디자인하여 세상을 새롭게 바라보고 받아들이는 힘, 내 인생의 업싸이클을 시작하려고 한다.

김영옥 수필가
김영옥 수필가

드디어 콘서트가 열리는 6월 14일 저녁 7시, 청년마을 만들기에 동참하고 있는 젊은이들에게 들려주는 재즈의 경쾌하면서도 깊이 있는 선율이 앞으로 이들의 삶에 무한한 힘과 위로를 주리라 기대하며, 농촌의 환경이 보다 좋아지고, 자원이 선순환되는 삶과 함께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는 나의 미래도 업싸이클로 새롭게 익어가기를 응원하는 아름다운 6월의 밤이 깊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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