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어떤 지역이나 지역민들이 20여년 넘게 바라고 원하는 일이라면 그 내용을 떠나 전후 상황과 그 타당성에 대해 심사숙고해 볼 필요가 있다. 설령 그 요구가 합리적이지 못하거나 특정지역만의 일이어도 세월의 깊이만큼은 인정해줘야 한다는 얘기다. 하물며 그 주장이 합리적이고, 수많은 사람과 지역이 관련돼 있는 일이라면 그런 상황까지 가서는 안될 것이다. 그렇지만 실제 우리 주변에는 이처럼 말이 안되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한다. 타당성재조사까지 진행됐던 중부고속도로 서청주~증평구간 확장공사 역시 그렇다.

막대한 예산이 투입되고, 경중을 떠나 유사한 요구가 쏟아질 수도 있는 만큼 해당부처로서는 조심스럽게 접근할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경제성 평가가 부족해 번번이 밀려난 것도 이해가 간다. 그럼에도 조금만 멀리, 넓게 내다봤다면 진작에 추진됐어야 할 일이다. 단순히 교통량만 따져서는 안될 상황인데도 지금까지 그리 했다. 어렵게 첫발을 내디디려 했는데 다른 사업에 밀리기도 했다. 그새 중부고속도로의 사정은 날로 악화됐다. 화물차들이 몰리면서 통행량과 함께 사고위험이 커졌지만 개선은 먼 얘기였다.

도로 통행상황과 주변 물류여건 등을 감안하면 늦어도 한참 늦었지만 사업은 더 지연됐다. 2017년 경제성 충족후에도 비용 추가로 4년 세월을 또 허비했다. 이런 우여곡절 끝에 해당 구간 확장공사의 타당성재조사가 지난 30일 심의를 통과했다. 첫 타당성 조사 시점인 2001년부터 따지면 20년만에 사업추진이 이뤄진 셈이다. 그나마 기본설계 등의 시간이 줄어 2024년 착공하는 것을 다행으로 생각해야 할 정도다. 그러나 이렇게 힘들여 확보한 확장사업인데도 대상은 전체 필요구간 가운데 일부에 불과할 뿐이다.

중부고속도로는 이미 하루 적정 교통량을 2만대 넘게 초과하고 있지만 호법~남이구간은 여전히 왕복 4차로에 불과하다. 이 가운데 이번에 확장이 추진되는 서청주~증평을 뺀 다른 구간들은 아직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 호법~증평, 서청주~남이 구간 모두 이미 포화상태를 넘어섰다. 지금 당장 추진을 해도 결코 빠른 것이 아니다. 서청주~증평 구간의 차량정체가 가장 심각해 서두르는 것일뿐 전체 흐름을 보면 미룰 수 있는 구간은 없다. 거리로는 전체 78.5㎞ 가운데 15.8㎞만 넓혀지는 것이다.

서청주~증평구간 확장이 필요한 배경으로 주변에 위치한 수많은 산업단지를 빼놓을 수 없다. 현재 122개에 이르고 앞으로도 오송3국가산단 등이 속속 들어설 예정이다. 향후 이 구간의 통행량이 크게 늘어날 것은 불보듯하다. 해당부처는 확장지연의 이유로 늘어나는 사업비를 말하는데 이는 시기를 놓친 탓이 크다. 때를 놓치면 사업은 더 늦어지고 사고위험을 비롯해 통행의 불편은 계속될 수 밖에 없다. 선제적이고 적극적인 안목이 요구되는 대목이다. 지금에 머물지 않고 전 구간 확장에 매진해야 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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